소설가 한강(53)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문학계는 “오랫동안 노벨상을 향해 다가간, 준비된 작가가 받았다”며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일환으로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강의 수상 소식에 “지난해부터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씀드렸는데 제 예상보다 더 빨랐다”며 “기쁘고 흥분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문학이 세계로 가는 데 필요한 건 제비 한 마리가 아니라 봄을 부르는 것”이라며 “한강의 수상은 난데 없이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 게 아니라 봄 자체”라고 설명했다. 지난 40여년간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을 꾸준히 지원한 결과 여러 작가가 해외에서 주목 받았고 그 중심에 한강이 있었다는 의미다.
곽 전 원장은 “지난해 세계에서 출판된 한국문학이 200종을 넘어섰고, 수십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나왔으며 세계적 작가의 기준이라는 2만달러 이상의 인세 받는 한국 작가가 여러 명 등장했다”며 “2016년 이후 한국문학은 매년 크고 작은 문학상을 서너개부터 여섯일곱개까지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노벨상 수상이 이런 흐름에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것. 곽 전 원장은 “이번 수상은 한국문학을 굉장히 중요한 세계문학계의 일원으로 인식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이제부터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 시작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나 문화재단 등에서 좀더 촘촘한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작가회의 전 이사장인 윤정모 소설가는 “벅차서 말을 못하겠다”며 “한강은 준비된 작가였다. 느닷 없는 수상이 아니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은 오랫동안 노벨상을 향해 쭉 걸어갔던 것 같다”며 “(수상이)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윤 전 이사장은 “한강은 문학적으로 대단한 성과를 가졌으면서 동시에 좋은 사람, 올바른 사람”이라며 “가식이 없고 인간관계에서 알력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해 “국가나 정치의 모순이라는 바탕 아래 인간을 아주 광범위하게 살폈다”며 “사건에서 인간과 민족 전체의 상황을 광범위하게 짚은 점이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말하자면 ‘예술 분야의 BTS’ 아닌가”라며 “한국이 가진 저력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굉장한 일이고 큰 경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강의 문학적인 장점은 한국인이 안은 여러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유니크한 서사로 표현한 것”이라며 “세계인이 주목할 만한 문학세계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유종호 문학평론가도 “한강 작가는 영국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이번 수상은 작가의 개인적인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다. 우리 모두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정여울 작가 겸 문학평론가는 “멀리서 보면 연약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강인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강 소설의 눈부신 주인공들”이라며 “한강 작가도 다른 활동 대신 작품에 몰두하는 문학적인 삶을 살아왔다. 노벨문학상은 아시아 여성 작가가 받기 어려운데, 비교적 젊은 작가에게 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도 “내면을 탐구하는 섬세함, 인간의 감정에 대한 탐색이 한강 작가를 규정해 오던 방식”이라며 “나아가 ‘소년이 온다’를 통해 5·18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주 4·3이란 국가 폭력을 다뤘다.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폭력에 대한 저항이란 점에서 일관성을 가졌는데, 우리 역사를 응시하는 방향으로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사상의 깊이가 좀 더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했다. 허 평론가는 “노벨문학상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에게 주는 상이어서 역사적 깊이의 무게를 많이 따지는데, 그의 이런 문제의식을 노벨위원회가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