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약함 드러낸 시적 산문” 스웨덴 한림원, 호의적 평가 내려 출판계에도 단비 같은 효과 있길
스웨덴 한림원이 어제 한국 소설가인 한강 작가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로서는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자 문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거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한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노벨위원회는 한 작가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애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2014)는 아마도 그 같은 수상 이유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일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작품은 장편소설 ‘채식주의자’(2007)인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외국인들이 그동안 세계 문학계에서 변방이나 다름없던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1990년대에 시작한 K문학을 알리려는 노력이 거의 30년 만에 소중한 결실을 거뒀다는 점에서 기쁨을 감출 길이 없다.
사실 한 작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세계 각국에서 ‘한 작가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제보가 끊이지 않은 이유다. 벌써부터 국내 주요 서점에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지’ 등 한 작가의 대표작들 주문이 쇄도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은 한국 출판계에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제사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오늘날에도 아시아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이들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한국 등 아시아계 작가들이 특혜를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차별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이 오직 문학적 성과만으로 공정한 평가를 받는 날이 앞당겨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