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들을 둔 30대 주부 박모씨는 아들의 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잘 먹어야 키가 클 텐데, 먹는 양도 적고 편식까지해 또래 보다 마르고 키도 작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를 아들에게 맞혀봤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박씨는 “월 100만원 가량 드는 치료 비용도 부담되지만, 정말 키가 크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치료 섯달째 들어서는 아들이 부작용까지 호소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저신장증 등 성장 장애 치료제인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지며 평균·정상 키인 소아·청소년 사이에도 유행처럼 처방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고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상 사례 보고 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436건, 2020년 660건, 2021년 1189건, 2022년 1603건, 2023년 1626건 등으로 2023년에는 2019년과 견줘서 3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이상 사례로는 ▲전신 장애 및 투여 부위 병태(주사 부위 통증, 주사 부위 출혈, 주사 부위 타박상 등) ▲감염 및 기생충 감염(바이러스 감염, 비인두염, 인플루엔자, COVID-19 등) ▲피부 및 피하조직 장애(두드러기, 발진, 가려움증, 홍반 등) ▲각종 신경계 장애(두통, 어지러움, 졸림, 감각 저하 등) 등이 있었다.
특히 중대 이상 사례 보고도 크게 늘었다.
2013년에는 113건으로 2019년(33건)과 비교해서 약 3배로 증가했다. 올해 6월 현재 중대 이상 사례 보고 건수는 벌써 81건이다. 이미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자주 보고된 중대 이상 사례는 ▲감염 및 기생충 감염(폐렴, 인두 편도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등) ▲각종 신경계 장애(발작, 실신, 어지러움, 두개 내압 증가 등) ▲전신 장애 및 투여 부위 병태(상태 악화, 발열) ▲근골격 및 결합 조직 장애(손 변형, 척추측만증, 골단 분리, 사지 비대칭, 골 괴사) 등이었다.
박 의원은 “성장호르몬 제제는 성장장애 등에 처방되는 의약품”이라며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량투여하는 경우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해당 효능효과 외 안전성 및 유효성은 허가 시 검토된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키 크는 주사’를 맞으면 정말 키가 클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소아 청소년 대상 키 성장 목적의 성장호르몬 치료’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장과 관련한 질병이 없고, 키가 하위 3%에 속할 정도로 작지 않은 아이가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맞았을 경우, 그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반면 바이러스 감염이나 두드러기, 감각 저하 등 부작용은 크게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 관련 이상 사례 건수는 2018년 318건에서 지난해 1626건으로 5.1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