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에 부친 한승원 “세상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

한승원 작가, CBS 라디오서 “강이의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2005년 11월 당시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한강 작가(오른쪽)가 부친 한승원 작가와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3)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씨의 부친 한승원(85) 작가가 11일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말로 기뻐했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기대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림원이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 시상한 사례가 있었다고 본 한 작가는 “그 기쁨을 엄마, 아빠한테도 말할 기회가 없이 전화를 받은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강이가 타게 된 것을 살펴보니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가로 이야기가 된 것 같다”며, 심사위원의 깊은 평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봤다.

 

한 작가는 이어진 ‘딸이 나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드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며, “어설퍼서 버리고 싶은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저의 저술에 강이 소설을 비춰보면, 강이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고 답했다.

 

전남 장흥군에 ‘해산토굴’이라는 이름의 집필실을 지어 기거하며 작품 활동 중인 한 작가는 1939년 장흥 태생으로 1968년 등단했다.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등을 썼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올해 초에는 자전적 이야기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문학동네)‘를 펴내는 등 왕성히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생중계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한강은 123년 역사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 여성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는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연작 소설집 ‘채식주의자’ 등으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온 동 세대 대표 작가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국제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여기에 노벨문학상까지 받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들게 됐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관련 도서 주문이 폭주하면서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대형 서점 사이트는 한때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졌고, 실시간 베스트셀러에도 한강의 작품이 대부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