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풍요를 기반으로 문화가 꽃을 피우지만, 모든 나라가 그렇게 성숙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 한강의 10일(현지시간)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K-컬처’의 저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을 때만 해도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한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진 사람)일 것이란 우려가 나왔고,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란 평가가 대세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탄생하며, 발표하는 곡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세계적 스타가 됐다. 또 K-팝의 성장은 품질이 우수한 K-푸드, K-뷰티 등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을 이끌며 한류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K-컬처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이룬 ‘화룡정점’으로 꼽힌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5번째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다.
◆“K-컬처 세계적 영향력 커져”
외신들은 K-컬처의 힘을 주목했다.
AP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포함한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수십년간 노벨문학상은 백인 작가들이 독식해 왔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유색인종 수상자는 7명뿐이었다”며 “(한강은) 도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으며 불편함을 주는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고 소개했다.
영국 BBC는 “한강의 경력에 전환점이 된 건 2016년 채식주의자로 국제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였다”고 언급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도 “한강은 소설, 에세이, 단편소설집 등을 통해 가부장제와 폭력, 슬픔, 인간애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 왔다”고 전했다.
◆‘무라카미 탈락’ 아쉬워 한 日…특설코너 마련
일본은 때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 불발에 실망감을 내보이면서도 한강의 소식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매체는 “한국인에게 노벨문학상이 수여되는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2016년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가 한강 작품 중 처음으로 번역된 것을 시작으로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이 속속 발간됐다. 일본 대형 서점엔 노벨상 특설 코너도 마련됐다.
일본에서는 이미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뿐 아니라 소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번역대상’에 2015년 박민규의 ‘카스테라’가 선정된 이후 2018년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2022년 김소연 시인의 ‘한 글자 사전’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브라질에 한강 작품연구자도 있어”
중남미도 한강의 수상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으로 꼽히는 라나시온은 “한강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소설가로 우뚝 섰다”며 “여성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이번이 18번째”라고 소개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간다’는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5억명으로 중국어 다음으로 많다.
브라질에서도 한강의 작품이 번역돼 있는데 한국학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 한강의 작품은 주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멕시코, 페루, 칠레의 주요 일간지들도 한강의 작품들을 호평하며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