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라브로프 외무, 동아시아정상회의서 ‘서방 견제’ 공세 예고

러 외무부, 서방의 아시아 군사화 우려 표명 전망
라브로프, ‘아세안 중심’ 강조, 반미 전선 꾀할듯

러시아가 11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제19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서방 국가들의 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를 강력히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포위 전략을 비판하며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늘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도전은 주로 서방의 아시아 군사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인프라 구축, 새로운 블록 형성 시도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4자 안보대화)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 파트너십) 등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협의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AS는 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한·중·일 3국과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최고위급 전략 포럼이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개방적이고 공평한 협력 원칙에 기반한 아세안 중심의 국가 간 관계 시스템’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로 외교적 고립에 직면한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중 하나로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들 수 있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전염병 대응, 관광, 자원봉사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견제에 맞서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포석을 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 갈등 구도 속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입장도 주목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러시아 진영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며 실리를 추구해 왔다. 러시아의 대(對)아세안 구애 공세가 이 지역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