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만 금리 인하, 내수·고용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논설실의 관점]

금통위, 3.50%→3.25%로 0.25%p ↓
“물가 안정, 외환 리스크 완화” 이유
가계부채·부동산 쏠림 막는 게 중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했다. 통화 긴축기조를 마무리하는 38개월만의 피벗(통화정책전환)이다. 금통위의 인하 결정으로 미국과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는 다시 최고 1.75%p로 벌어졌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했고,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됐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집값·가계부채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내수 진작이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대비 1.6%오르는데 그치면서 3년6개월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의 정책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여당이 경기회복을 위해 한은에 거듭 금리인하를 압박한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실기(失機) 논란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집값 급등 등 금융불안으로 8월 금리를 못 낮췄다”며 “실기했는지는 1년 정도 지나서 평가해달라”고 했다. 저간의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꺾이고 소비 여력이 고갈된 지 오래다.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살림살이의 여유를 보여주는 가계 흑자율은 8분기 연속 하락했다. 상반기 법원에 접수된 중소기업 파산 신청은 1000건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이전의 두 배가 넘는다. 상반기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잔액도 1028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다중채무(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 대출잔액은 753조8000억원으로 3년전 보다 27.8% 증가했다. 연체율도 2021년 0.56%에서 3년 만에 1.85%로 3.3배 폭등했다.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경기 침체에 앞서 고금리와 물가에 억눌린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는 건 시급한 현안이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금리인하가 내수·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번 조치가 실물경제 전반에 깔려있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일정부분 덜어낼 것이라는 점에선 다행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이 6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가 가계부채와 부동산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한은은 정교한 정책조합을 통해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