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2역 연기는) 도전이었고, 어떻게 표현해야 이게 잘 표현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런 인물들(현수오·현건오)을 애매하게 표현하면 보는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알코올중독자(현건오)와 자폐(현수오)의 특징을 눈빛이나 의상 등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가섭은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Black Out)’에 자신이 연기했던 현수오와 현건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드라마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범죄 스릴러다.
이가섭은 극 중 쌍둥이 형제 현수오 역과 현건오 역을 맡아 1인 2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현수오는 자폐를 앓고 있는 인물로, 온실에서 혼자 시간 보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지목되면서 비밀스러운 행동으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현건오 또한 정우의 친구로,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으며 그 충격으로 매일 술을 마신다.
이가섭은 “쌍둥이라는 설정이다보니 교차점(동시에 출연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에 중점을 둬서 서로 다르게 연기했다”며 “건오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와 수오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건오와 수오를 설명하는 장면에 대해선 이가섭은 건오의 첫 등장과 하설(김보라) 뒤에 앉아서 오토바이를 타는 수오라고 말했다.
“건오가 무천가들에 처음 들어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이후부터 마음의 분위기가 바뀌거든요. 수오는 하설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정우를 찾아다니는 장면이요. 수오가 제일 편해하는 사람이 하설이고, 그런 하설과 정우를 함께 찾기 때문이죠.”
이가섭은 건오와 수오의 아버지인 현무탁을 연기한 권해효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에 대해 “(권해효 선배님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내가 하는 연기가 맞나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고 그냥 선배님의 연기에 따라 하면 됐었다”고 말했다.
최고의 악인에 대해선 현구탁을 꼽았다. “구탁 서장이 나올 때마다 극의 분위기가 확 몰입되는 느낌이 있어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구탁 서장이 항상 자리에 있거든요. 또래에서는 병무와 민수인 것 같아요.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태도 등이 얄미워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어서 고마웠다는 이가섭은 “내가 선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나를 어떻게 봐주냐에 따라 (작품 출연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그렇지만 연기 시도는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오랫동안 볼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촬영할 때 행복했고, 그 추억이 떠올라 울컥할 때도 있어요. 이야기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대본이 들어와도 그 대본에서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