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경기도교육청이 유해도서 목록에 포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된 가운데 도교육청이 해명에 나섰다.
11일 교육청에 따르면, 보수성향 학부모단체는 지난해 학생들에게 유해하다고 주장한 책을 지목하면서 일부 학교 도서관에 비치돼 있다고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같은 해 9∼11월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하면서 각급 학교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정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공문에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의 주장이 담긴 보도를 첨부했고 일부 학교는 유해 도서를 정할 때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약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다. 학교당 1권을 폐기한 셈이다.
특히소설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도내 한 사립고등학교 1곳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는 채식주의자 내용 중 성과 관련된 일부 내용이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교육청은 교육청 차원에서 ‘채식주의자’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이를 불온도서인 것처럼 간주 및 폐기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정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해 폐기된 성교육 도서는 각 학교가 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율적으로 판단해 정했다. 특정 도서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교육청이 성교육 도서 폐기를 압박했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성명에서 “학생 보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배움을 차단한 경기도교육청의 무분별한 검열은 폭력”이라며 “학교 재량이라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성교육 도서 폐기를 조장하고 압박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