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은 우리 문명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일본의 원폭 피해자단체협의회에 2024년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게 된 배경으로 세계 각국에서 고조되는 ‘핵 위협’을 지적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80년간 전쟁에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고무적인 사실을 인식하면, 오늘날 핵무기 사용의 금기가 압박받고 있는 상황은 놀라운 일”이라며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새로운 국가들이 핵무기 획득을 시도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내년(2025년)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80주년이라는 점을 짚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인 핵무기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5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떨어진 원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70만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인 피폭자도 1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중 절반가량이 사망자다.
노벨위원회는 “오늘날의 핵무기는 (1945년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며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고 기후에 치명적인 영향도 미칠 것”이라며 핵무기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노벨위원회의 ‘경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러시아와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는 북한, 중동 긴장이 높아지며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 우려되는 이란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핵 위협 수위는 끝없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미국과 체결한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우방국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까지 배치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핵 비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핵교리를 개정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는데,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이에 대응해 서방을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