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렵고 아빠에게 출산 알리지 않았다”…베이비박스에 핏덩이 넣고 급히 떠난 20대母

생년월일 쪽지와 함께 박스에 담긴 신생아 올해만 벌써 47명

96~97% 아이 맡겨지는 상황 인지할 수 있도록 벨 눌러 상담

베이비박스에 갓 출산한 신생아를 맡긴 뒤 홀연히 떠나버린 20대 미혼모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신생아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에 상담 등 최소한의 조처를 했다면 형사 책임을 덜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여서 법원은 아동·방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2일 오전 1시 30분께 서울 관악구 한 베이비박스 안에 자신이 전날 출산한 아들을 생년월일 등을 적은 쪽지와 함께 놓아둔 채 방치해 아동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경제적으로 출산한 아기를 양육하기 어렵고 친부에게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후 하루도 안 된 아들을 유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녀이자 신생아인 아동을 적법한 입양 절차 등을 따르지 않고 유기해 그 죄책이 크다"며 "다만 초범이고 피해 아동이 현재 정상적인 입양 절차를 밟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에서 관리하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신생아는 올해 들어 10월 현재까지 47명이다.

 

베이비박스가 본격 도입·시행된 2010년 이후 14년간 이렇게 보호된 아기 수는 2167명에 달한다.

 

이 중 A씨의 사례와 같이 신생아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곧바로 떠나버려 아동을 유기한 혐의로 형사처벌 받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이라도 96~97%는 아이가 맡겨지는 상황을 관계기관이 즉시 인지할 수 있도록 벨을 눌러 상담받고 맡긴다. 최소한의 입양 절차이자 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도리인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 3~4%는 말 그대로 홀연히 떠나버려 자칫 신생아의 생명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고 관계기관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 측은 연합뉴스에 "베이비박스에 맡기더라도 즉시 인지를 하지 못하면 신생아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신분 노출이 되지 않도록 하는 만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상담받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