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이례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이곳에서 홍수가 발생한 건 반세기 만이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모로코 남동부 지역에 이틀간 연평균 강수량을 웃도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모로코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 라바트에서 남쪽으로 약 450㎞ 떨어진 알제리 국경 인근의 타구나이트 마을에서는 24시간 동안 100㎜ 이상의 강우량이 관측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영상을 보면 당시 폭우로 소도시 자고라와 타타 사아에 있는 유명한 일시적 습지 이리키가 호수의 모양새를 갖추기도 했다.
모로코 기상청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비가 그렇게 짧은 시간과 공간에 집중된 것은 30∼50년 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상학자들이 온대 폭풍으로 부르는 그런 폭우는 앞으로 몇 달, 몇 년간 이 지역의 기상 조건을 바꿀 수 있다”며 “공기 중에 수분이 많아지면서 수분 방출이 늘어나고 더 많은 폭풍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사하라 사막은 아프리카 북부와 중부, 서부의 12개 나라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이 940만㎢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막이다. 세계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곳으로 지역의 절반 이상은 연간 강수량이 약 25㎜ 미만이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이 지역에서는 지난 몇 년간 극도의 가뭄 등 혹독한 기상 현상이 늘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하라 사막에 이번과 유사한 폭풍이 닥칠 수 있다고 예측해왔다.
셀레스테 사울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온난화로 인해 물순환 사이클이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더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우리는 물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그런 문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AP통신은 지난달 10일 북아프리카의 건조한 산과 사막 지역에 쏟아진 이례적인 폭우로 모로코, 알제리의 사막 지역을 포함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최근 “비정상적인 날씨로 사하라 사막이 푸르게 변했으며 일부 지역의 식물이 꽃을 피웠다”면서 “기후변화가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고 전한 바 있다.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다. 올 들어 평균 대기 기온이 상승했고, 세계 해양 평균 온도는 상승 중이다. 지구 온도가 상승한 만큼 대기는 더 많은 습기를 머금게 돼 폭우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케냐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홍수는 ‘인도양 쌍극자’로 인해 증폭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인도양 쌍극자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서, 예년보다 뜨거워진 바다 온도와 대기 증발 효과가 케냐의 대홍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