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한복판 뛰어든 김동연…민주·공화 실세 만나 경제·정치 연대 [오상도의 경기유랑]

內戰 맞먹는 美 대선, 양당 실세 만나…他山之石 교훈
영킨·호컬 주지사 면담…‘트럼프·해리스 대관식’ 도와
버지니아·뉴욕주지사 면담은 국제협력·정치연대 기회
15∼21일 투자유치·스타트업 지원…道政 세 번째 방미
도내 22개 스타트업 동행…NYC 스타트업 서밋 등 참가
글로벌기업 2곳과 투자협약…천문학적 투자유치 노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2년 취임 이후 세 번째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와 뉴욕주를 잇달아 방문해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그는 도내 스타트업 관계자 31명과 동행해 이들의 미주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이목을 끄는 대목은 미 대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유력 주지사들과의 만남이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제협력을 요청하고, 정치 견문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 스크린에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이미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도 대표단은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5박7일간 미 동부지역을 찾는다. 유색 인종보다 백인 인구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동부지역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태어나 성장한 뉴욕시의 백인 부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 지사가 미국인들이 가치관을 걸고 벌이는 ‘문화전쟁’의 최전선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경제협력이 첫손에 꼽힌다. 미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잔인한 선거가 벌어지는 대선 한복판에서 도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교류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본격적인 국내 대권 행보에 나선 김 지사는 정치적 경험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의 미국 방문은 2023년 4월과 올해 5월에 이어 세 번째이다.

지난 7월 글렌 영킨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뉴스1

◆ 영킨, 한때 부통령 후보 물망…공화당 전당대회 연설

 

이번 방문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유니콘기업 ‘눔(NOOM)’의 정세주 회장이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재미 사업가로, 다보스포럼 당시 김 지사가 주재한 ‘경기도와 혁신가들’이라는 특별 세션에 참여해 인연을 맺었다.

 

이번 도 대표단에는 도내 22개 스타트업 관계자 31명이 동행한다. 이들은 뉴욕시에서 열리는 한인창업자대회(UKF·United Korean Founders)와 경기도·미주지역 간 스타트업 상호 진출 지원을 위한 협약에 참여한다. UKF는 미주지역 한인 기업가들이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단체이다.

 

김 지사는 UKF가 주최하는 ‘2024 NYC 스타트업 서밋’에서 개회사를 한다. 개회사에는 도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어 산업안전인증 분야의 선도기업인 A사, 물류 분야 투자회사인 B사와 첨단 자동차 시험센터, 친환경 물류센터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각각 교환한다. 두 회사의 도내 투자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도내 기업들의 북미 동부지역 교류협력 강화와 첨단산업 경제영토 확장, 투자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가 지난 5월 첨단바이오 분야 상호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일루미나 본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 호컬, 클린턴 前 국무·질 바이든 영부인 이어 전대 등장

 

‘신 3김’으로 불리며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잠룡으로 떠오른 김 지사는 버지니아·뉴욕주지사를 차례대로 만나 첨단산업 분야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정치 연대의 폭도 넓힐 예정이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첫 만남을 갖는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된 유력 정치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7월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연설에 나서 트럼프의 후보 선출을 도왔다.

 

트럼프가 다시 대권을 거머쥐면 정국을 주도하는 ‘이너서클’을 이루며, 막강한 입김을 불어넣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지사는 영킨 주지사와 만나 스타트업, 바이오 등 전략산업과 미래성장 분야의 혁신동맹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어 격전장으로 변모한 미 대선의 동향을 살피면서 정서적 교감을 쌓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면담하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역시 ‘해리스 대관식’으로 불린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질 바이든 영부인 등에 이어 카말라 해리스 지원 연설에 나선 민주당의 실력자이다. 김 지사는 당내 영향력이 적잖은 호컬 주지사와도 정치 교류의 폭을 넓히게 된다.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가 지난 5월 미국 출장길에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특히 내전(內戰)을 떠올리게 만드는 미 대선 한복판에서 좌·우 양 극단의 충돌을 목도하며 다양한 정치적 교훈을 얻어 돌아올 전망이다.

 

막판까지 초(超)접전 양상을 띠는 올해 미국 대선은 역사상 가장 분열되고 살벌한 선거로 꼽힌다. 그만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성장 배경과 정치 이력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김 지사는 ‘너 죽고 나 살기 식(式)’으로 치닫는 기형적 국내 정치 지형을 두고 “얄팍한 정치 셈법을 떠나 포용과 통합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선 기존 정치 문법을 뛰어넘어 제3지대를 구축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런 김 지사에게 미국 대선은 주류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백인 농촌·노동자 계층이 불만·공포감을 폭발하고, 신주류로 떠오른 흑인 등 유색인종과 소수민족이 기회를 주장하는 반목·정쟁의 장으로 비칠 수 있다. 여전히 초보 정치인인 김 지사는 이곳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미래 대한민국에 투영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