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여파로 금 투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통상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지거나 시중 금리가 하락할 때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보통 약(弱)달러일 때 강세를 보인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급등한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성)를 비롯한 11월 미 대통령선거에 따른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 예금으로 금 현물에 투자하는 ‘골드뱅킹’ 가입자 수도 나날이 느는 추세다.
이들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앞서 지난 1월 말 5668억원에서 2월 말 5146억원, 3월 말 5604억원, 4월 말 610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7월 말 6194억원, 8월 말 6397억원까지 뛰어올랐다. 계좌 수도 1월 말 25만2332개에서 3월 말 25만5110개, 6월 말 25만9716개를 기록한 뒤 8월 말 26만2858개까지 늘어났다.
골드뱅크는 실물 금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금의 가격 변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투자한 만큼 금의 무게를 계좌에 기록해두고 시세 변동에 따라 거래하는 방식이다.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계좌에 예치한 돈으로 금을 적립한다. 0.01g 단위로도 매입할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자동이체를 이용한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실물 금을 따로 보관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덕분에 손쉽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다만 매매차익의 15.4%가 원천징수되고 예금자 보호법의 보호는 받지 못한다. 또 금을 인출하거나 실물 금으로 전환하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골드뱅킹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고공행진 중인 금값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KRX 금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1만4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11만원을 돌파한 뒤 지난 7일 한때 장중 11만5040원까지 올라 2005년 한국금거래소 개장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주식처럼 쉽게… 분산투자 효과 있는 ETF도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대표적인 유망 투자 상품이다. 금의 실물 가격을 기반으로 한 펀드로, 금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다. 금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ETF를 통해 가격 변동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주식 거래처럼 증권 계좌만 있으면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해 금과 연관된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ETF 상품도 있다.
‘골드바’(금괴)를 사는 전통적인 현물 투자도 꾸준하다. 은행이나 금은방 등에서 살 수 있으며 10g·100g·1㎏ 등의 단위로 거래된다. 실물 금은 금 예금과 달리 차익에 대해 세금을 따로 내지 않는다. 다만 실물 금 거래는 10%의 부가가치세와 6%의 거래수수료가 붙는다. 세금과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금값이 구매 시보다 15% 이상 오르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KRX 금시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거래소에서 운영하는 KRX 금 현물 계좌를 개설해 주식처럼 투자하는 방식이다. 1g 단위로 소액 투자도 할 수 있고, 0.2~0.3%의 증권사 수수료를 부담하면 양도세와 부가세는 면제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골드바 형태로 인출하기 위해서는 10%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아울러 가입 시 금 1㎏에 대한 투자를 선택했다면 실물 인출 시에도 1㎏ 단위로만 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기저와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로 당분간 금값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금리 인하와 신흥국의 매수세를 감안할 때 금 가격이 당분간 오를 것이라면서 내년 초 시세가 트로이 온스(31.1034768g)당 29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상향 전망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쟁을 필두로 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분절화 등은 안전자산 금 수요를 지탱한다”며 “공급 측면에서 신규 채굴된 금의 등급 하락은 생산 비용을 높여 가격 하단을 지탱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