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 들어서자 컬리의 상징색인 보랏빛 런웨이가 펼쳐졌다. 컬리의 첫 뷰티 오프라인 행사인 ‘컬리뷰티페스타 2024’를 방문한 고객들은 줄지어 이 런웨이를 걸어 90여개의 뷰티 브랜드가 들어선 행사장에 입장했다.
이날 행사는 오픈 1시간 만에 2000명이 몰리는 등 고객들의 ‘오픈런’이 이어졌다. 국내 신진·인디 K뷰티 브랜드로 구성된 ‘이노베이션관’ 티켓이 3만원, 여기에 럭셔리 브랜드가 모인 ‘프레스티지관’까지 볼 수 있는 통합 티켓이 5만원에 사전 판매됐는데,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전량 매진됐다. 컬리 측은 13일까지 열린 행사 동안 약 2만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컬리가 이처럼 대규모 오프라인 뷰티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은 2022년 11월 뷰티컬리 브랜드 출시 이후 처음이다. 뷰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대내외 선언으로 읽힌다.
컬리에 앞서 무신사도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뷰티 페스타 행사를 열었다. 무신사 뷰티 페스타는 올리브영이 연 4회 개최하는 최대 할인 행사 ‘올영세일’(8월30일~9월5일) 직후 열렸다. 3일간 열린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는 1만8000여명의 방문자가 몰렸다. 행사 기간 오프라인 팝업에 참여한 41개 브랜드 평균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배 증가했다.
쿠팡도 지난 4월 총 21개 뷰티 브랜드가 참여한 ‘메가뷰티쇼’를 열었다. 올해로 3회째 열린 오프라인 행사로, 매년 행사 때마다 3000~4000명 방문객이 몰렸다. 쿠팡은 최근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 ‘R.LUX(알럭스)’를 론칭하며 뷰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기존 로켓럭셔리를 독립적인 서비스인 알럭스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르네휘테르·에스티로더·비오템·설화수·더후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업계에서는 뷰티 분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이커머스들이 올리브영의 아성을 넘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올리브영은 랄라블라, 롭스, 세포라 등이 국내에서 오프라인 사업장을 접은 뒤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뷰티 시장에서 올리브영 비중(취급액 기준)은 2022년 12.2%에서 올 상반기 17.6%로 커졌다. 오프라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의 경우 점유율이 70%를 넘는 상황으로, 전국 매장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354개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2872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공룡’이 자리 잡고 있는 뷰티 분야에 패션과 신선식품 등을 주로 취급하는 버티컬 쇼핑 플랫폼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수년째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화장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계절적 변수가 적고 재구매도 많아 마진율이 높은 데다 식품이나 옷에 비해 부피가 작고 온도에 덜 민감해 보관·재고·운송 관리가 용이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너도나도 뷰티 시장에 뛰어들자 올리브영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사실상 독주하고 있지만 무신사와 컬리 등의 본진인 온라인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올리브영이 무신사 뷰티 페스타 개최를 두고 브랜드사들의 행사 입점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