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만 ‘젊은 유방암’이 더 무섭다?… 유방암 치료 ‘오해와 진실’

한국인, 서구와 달리 40대 정점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 제외
치료 예후는 나이와 상관 없어
젊을수록 암에 대한 관심 낮아
자가검진 통한 조기 발견 중요

여성이 걸리는 암 1위, 유방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 환자 수는 2021년 기준 2만8720명으로 갑상선암(2만6532명), 대장암(1만3609명), 폐암(1만440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유방암 발생자 수는 2000년(6237명)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유방암의 증가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난다. 다만 한국 여성 유방암 환자는 서구와는 차이를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환자 수가 증가하는 구미와 달리 한국은 점점 증가하다가 40대에 정점을 찍은 후 50대부터는 감소하는 양상이다. ‘뒤집힌 V 형태’인 셈이다.

김희정(사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에는 ‘젊은 유방암’을 폐경을 기준으로 나눴다”며 “최근에는 이보다는 빠른 35∼40세를 기준으로 ‘젊은 유방암’을 구분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출산에 대한 준비, 치료, 예후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유방암’이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다. 다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와 HER2, Ki-67(세포 안 단백질) 발현 정도에 따라 ‘호르몬 양성 유방암’, ‘HER2 양성 유방암’, ‘호르몬 양성+HER2 양성 유방암’ 그리고 호르몬과 HER2 모두 갖고 있지 않은 ‘삼중 음성 유방암’ 등 4가지로 나뉜다.

젊은 유방암이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호르몬 억제 치료가 나이 든 사람들에 비해 잘 듣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삼중 음성 유방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유방암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젊기 때문에 암을 의심하지 않아 병기가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김 교수는 “똑같은 조건에서 젊다고 해서 치료 예후가 더 안 좋은 것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뿐이다. 이 경우 호르몬 억제 치료가 중요한데 40대 이상에서는 호르몬 억제 치료에서 금방 폐경 상태로 넘어가는 반면 젊은 환자들은 금방 생리가 돌아온다”며 “이외 나머지 세 타입에서 치료 반응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에는 이런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알려진 만큼 난소 억제 주사제 치료를 통해 효과적인 호르몬 억제로 젊은 환자의 예후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기 때문에 ‘암’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도 영향이 있다. 증상이 나타나도 크게 암을 의심하지 않는 데다가 국가암검진 역시 만 40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심한 경우에는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올 수도 있다. 유두에 생기는 암의 경우 한쪽 유방에만 습진이 생겨 잘 낫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의 원인 역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표적으로, 이 경우 평생에 70%의 확률로 유방암이 발병한다.

최근 유방암 증가 추세는 유전자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 비해 초경이 빨라졌고, 저출생으로 출산과 수유 기간이 사라지면서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늘어난 탓이다. 또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호르몬 노출도 커졌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며 고지방·고칼로리 섭취 증가로 체내 인슐린의 농도가 증가, 에스트로겐 생성이 증가한 것도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유방암 예방 수칙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패스트푸드나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고,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에 특히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심리적 타격’이다. 출산 전 여성은 항암 이후 가임력에 고민이 뒤따르고,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항암으로 인해 육아에 소홀해지는 것에 죄책감을 갖거나 아이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출산 전 여성의 경우는 가임력 보존과 관련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하며 “미혼의 여성은 출산이나 수유의 경험이 없는 것을 무조건 암의 원인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암에 걸린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어떤 환자분들은 ‘아이를 내가 셋을 낳았고 모유 수유도 했는데 유방암에 걸렸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들에게도 “올 초 연구 결과 유방암에 걸린 엄마의 치료와 아이의 정서 발달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오히려 죄책감으로 엄마의 병을 숨기거나 너무 미안해하면 아이들은 ‘내가 엄마 말을 안 들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나’ 등 과도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솔직하게 얘기하고 가족들과 잘 이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