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막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어제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며 “도발의 주체가 누구이든 관심이 없다”고 겁박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대한민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전단을 뿌렸다며 군사적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이런 적반하장이 또 없다. 북한은 시도 때도 없이 28차례나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2년 전 용산 대통령실 일대 등 수도권 상공에 무인기 침투까지 감행하지 않았나.
평양방공망이 뚫렸다는 망신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인기 침투를 주장한 북한의 저의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민들에게 남측을 향한 적개심을 고취해 내부결속을 다지고 남남갈등도 자극하려는 게 틀림없다. 노동신문은 어제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기사에서 남측을 향해 망나니 등 갖가지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를 구체화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에서 나온 대남 공세다. 오랜 국제사회 제재와 경제정책 실패로 경제난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김씨 왕조 체제에 흠집이 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군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건 일리가 있다. 자작극부터 민간 무인기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북한 대응에 혼선을 주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무시하는 것이 최고의 정답”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이 무책임하고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북한보다 우리 정부를 비판하기 바쁘니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우리 군의 경고처럼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 무모한 도발로 얻을 것은 없고 국제 고립만 심화할 뿐이다. 신 실장은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강력한 권력이 있다”며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은 체제위기가 고조되면 어떤 불장난을 할지 모른다. 가뜩이나 11월 미 대선을 전후해 7차 핵실험이나 국지전 같은 도발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은 빈틈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북이 도발 땐 압도적으로 응징해야 한다. 다만 불필요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