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한 경기침체와 제조업 실적 부진 탓에 올해 3분기 공장 경매 건수가 같은 분기 기준으로 4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에 부쳐지는 공장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저조해 주인을 찾는 물건은 10건 중 3건꼴에 그치는 상황이다.
13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공장 및 제조업소 경매 건수는 총 828건으로 지난해 3분기(538건)보다 53.9% 늘었다. 3분기 기준 2020년(936건) 이후 최대치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분기(896건) 이후 가장 많다. 공장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495건에 불과했으나 이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매에 나오는 공장은 점차 늘고 있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낙찰률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2분기 45.9%였던 공장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3분기 34.0%로 하락했고, 올해 3분기에는 30.9%에 그쳤다.
낙찰이 이뤄진 물건 중에서도 새 주인을 찾기 어려워 채권을 보유한 유동화전문회사에서 다시 낙찰받은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땅한 입찰자가 없어 경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떨어지자 채권을 보유한 유동화회사가 자산가치 추락을 막고자 스스로 낙찰받는 것이다.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격)도 하락세다. 2022년 2분기 80.6%를 기록했던 낙찰가율은 지난해 7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분기(69.7%)에는 70%를 밑돌았고 3분기에는 67.8%로 더욱 낮아졌다. 올해 3분기 낙찰가율은 2020년 4분기(55.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체감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장 경매 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25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직전 분기(89) 대비 4포인트 하락한 85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대기업(86)과 중견기업(84), 중소기업(85) 모두 기준치 100을 밑돌며 4분기 체감경기 부진이 예상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금리가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공장 수요가 늘기 어려워 경매가 늘고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