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 3년2개월간 이어져 온 통화긴축시대는 일단 막을 내렸다. 일본을 빼고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중동 산유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앞서 물가 잡기에서 경기 부양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피벗’ 대열에 동참한 셈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국내 가계·기업의 대출 금리와 이자 부담은 장기적으로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액은 연 2조5000억원, 기업의 이자 부담액은 연 3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공행진 중인 대출 금리가 당장 내려가기는 어려워 당장 경감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 7월 이후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시장금리를 거슬러 인위적으로 올린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란 전망에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인 은행채 금리는 최근 오름세를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13일 “최근 시장 조달금리가 다소 오른 만큼 14일 대출 금리를 0.16%포인트 오히려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 3.25% 유지’ 의견을 냈다고 밝혔었다. 3개월 내 3%로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는 1명뿐이었다.
이 총재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금융안정에 대해 상당히 고려하겠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인하를)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해 당장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작게 봤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인하에 대해 아예 부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내년 1분기 정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2025년 1분기와 2025년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내려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75%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 한국 간 금리가 역전된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나라는 상당히 천천히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준금리 3.25%는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의 금리보다 여전히 높기 때문에 내수 부양을 위해서 더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