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우승을 달성한 ‘삼성 왕조’의 몰락이 시작된 2016년에 문을 열었다.
라팍은 홈 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99m, 중앙 펜스 122.5m로 그리 작은 구장은 아니지만, 좌우중간 펜스가 107m로 다른 구장들에 비해 많이 짧다. 그래서 홈런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라팍 개장 후 삼성은 그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올 시즌 이전까지 150홈런을 넘긴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시즌만 해도 88홈런에 그치며 팀 홈런 순위 8위에 그쳤던 삼성 타선은 올 시즌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지난 시즌의 두 배를 훌쩍 넘는 185홈런을 때려내며 팀 홈런 전체 1위에 오른 것.
4회 무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LG 선발 최원태의 커터가 밋밋하게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들어 올렸고, 타구는 쭉쭉 뻗어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로 라팍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든 홈런이 될 만한 타구였다. 순식간에 4-0으로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경기 흐름이 삼성으로 확 넘어가는 소중한 한 방이었다. 홈런포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한 구자욱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LG가 4회 오지환의 솔로포로 추격전을 시작하자 4회엔 김영웅의 방망이가 번쩍하며 LG 벤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영웅은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최원태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걷어올렸고, 우측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이 피홈런으로 최원태는 3이닝 7피안타 5실점(5자책)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삼성의 대체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도미니카 공화국)도 5-1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 투런포를 터뜨렸고 이 홈런으로 삼성은 승기를 제대로 잡았다.
삼성 마운드에선 부상으로 PO 엔트리에서 빠진 외국인 에이스 코너 시볼드 대신 1선발 역할을 맡은 레예스의 역투가 반짝반짝 빛났다. 6.2이닝 동안 LG 타선을 4피안타 2볼넷으로 확실히 틀어막으며 3실점(1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101구 중 직구는 23개만 던진 대신 커터(24구), 체인지업(22구), 슬라이더(19구), 투심(13개) 등 변형 직구와 변화구로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며 1선발 역할을 100% 수행해냈다.
경기 뒤 박 감독은 “실전 감각 걱정은 나만 했던 모양이다. 선수들이 워낙 컨디션 조절을 잘 했다.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둬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포스트시즌만 되면 부진한 최원태를 이번에도 믿었다가 낭패를 본 ‘패장’ LG의 염경엽 감독은 “선발 싸움에서 밀리면서 경기가 어려워졌다. 대구에서의 목표는 1승1패였다. 2차전을 잡고 잠실로 넘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