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수상 가장 먼저 알았다…금빛 초상화 그린 인물

작가 한강(54)이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등장한 한 장의 그림도 화제다. 노벨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수상자 한강의 초상화인데, 이를 그린 스웨덴 출신의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엘메헤드의 공식 홈페이지와 외신을 종합하면, 스웨덴 왕립예술학교 출신인 엘메헤드는 2012년 노벨재단이 운영하는 매체 '노벨 미디어'의 아트 디렉터로 채용돼 재단의 모든 시각적 콘텐츠를 담당해오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리는 것 역시 그가 도맡아 왔다.

 

한림원이 각 수상자의 실제 사진 대신 엘메헤드의 그림을 쓰는 건 보안 때문이다.

웨덴 왕립예술학교 출신인 엘메헤드는 2012년 노벨재단이 운영하는 매체 '노벨 미디어'의 아트 디렉터로 채용돼 재단의 모든 시각적 콘텐츠를 담당해오고 있다. 뉴시스

발표 직전이라 할지라도 사진을 미리 촬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수상자 기밀 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수상자들의 고해상도 사진을 손에 넣는 것이 어려워 그림으로 대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평화 분야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수상자 중 대외활동이 적은 이들은 고해상도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에 위원회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려왔는데, 엘메헤드가 이를 마땅찮게 여긴 것이다.

 

사진을 대체한 초상화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그는 2014년부터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됐다. 지금껏 그의 붓끝에서 탄생한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만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 엘메헤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연구실에만 머무는 과학자들의 고품질 사진을 얻는 건 매우 어렵다"며 "인터넷에 그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구소 직원 페이지에서나 겨우 찾아낸 저해상도 사진들만 나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수상자들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처음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지금과 같이 채색 방식을 바꿨다.

 

채색 과정도 간단치만은 않다. 정사각형의 캔버스의 흰색 바탕에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려 수상자를 스케치하고, 아주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여 인물에 양감을 불어넣는 식이다. 엘메헤드는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또 그가 그린 모든 노벨상 초상화에 새겨진, 그의 이름을 뜻하는 'NE'라는 두 글자도 특징 중 하나다.

 

엘메헤드는 업무 특성상 노벨위원회 관계자를 제외하면 그해의 수상자가 누구인지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얼마나 먼저 알게 되는지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그림을 30여 분만에 완성해야 할 때도 있었다. 다행인 점은 내가 꽤 빨리 그림을 그리는 편이라는 것"이라 밝혔다.

 

엘메헤드는 그러면서 "(긴박한 작업에)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이 일을 정말 사랑한다"며 "노벨상 수상자를 그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