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무인기를 통해 살포됐다고 주장하는 대북전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명품 치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악화된 경제 사정에도 명품으로 치장한 김 위원장을 보여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 통해 “한국이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 심야에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며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에 포착됐다는 무인기와 전단 사진, 묶음 통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전단은 흐리게 처리됐지만 상단에 “자기배 불리기에 여념없는 김정은”이라고 적힌 것이 식별된다. 중단과 하단에는 “연소득으로 구매가능한 식량 비교”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 북조선의 경제 상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아래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제 명품 시계를 착용하고, 그의 딸 주애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챤디올 패딩을 입은 사진이 첨부됐다.
해당 사진은 몇년 전 김정은 부녀가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참관 당시 착용한 것을 확대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당시 김 위원장이 착용한 스위스제 명품 시계는 약 1500만원, 주애의 디올 패딩은 240만원대로 알려졌다.
전단에는 한국 국민과 북한 주민의 연소득으로 살 수 있는 쌀과 옥수수 양을 비교하는 도표도 삽입됐다. 남북 경제상황을 비교함으로써 북한의 경제난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사진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공개했다. 북한 주민들이 대북 전단을 명확하게 식별할 경우, 반발감과 함께 위화감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사진을 흐릿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 전단을 뿌린 주체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 반(反)정권 세력의 소행, 북한 자작극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대북전단을 보내온 기존 단체가 아니라 새로운 민간단체가 보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방부는 13일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북한 외무성의 11일 무인기 침투 관련 중대 발표와 1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군사적 긴장을 증폭하고, 한국 내부 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에 부각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