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드라마·예능 프로 88%서 등장한 '이 장면' [2024 국정감사]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 OTT 콘텐츠 82%에서도 방송
“청소년 등 위해 추가적인 규제 절실”

최근 5년간 시청률 상위인 550여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88%에서 음주장면이 등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미성년자 음주’를 묘사했는데도 심의에서 ‘문제없음’으로 종결됐고, 청소년이 자주 시청하는 유튜브에서도 조회수 상위 술방송 100개 모두 연령제한이 없어 음주문화를 지나치게 조장하고 미화한다는 지적이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송파구병)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TV 방송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청률 상위의 총 556개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 488개(88%)에서 음주 장면이 등장했다. 세부적으로는 총 1만1587편 중 6558편(56.6%)에서 음주 장면이 나왔고, 음주 장면이 등장한 횟수는 총 1만2018번에 달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TV 드라마·예능의 음주 장면 중 ‘문제음주장면’으로 적발한 건수는 86건이었고, 이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76건이 ‘문제없음(88%)’으로 종결되었으며, 3건 주의(3%), 3건 의견제시(3%), 2건 권고(2%), 2건 심의중(2%)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방영된 드라마에서는 미성년자가 음주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이 방송됐지만 방송통신심의 결과 ‘문제없음’으로 결정됐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에 따르면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제45조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을 묘사하여서는 안 되며,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의 음주장면 묘사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에 업로드된 콘텐츠 100편 중 82편(82%)에서 음주장면이 묘사됐고, 음주장면 수는 총 338번으로 1편당 3.4회 비율로 음주 장면이 묘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OTT 플랫폼 T사의 연애 프로그램 중 한 회차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음주한 시간은 총 58분으로, 이는 한 회 전체 분량의 35%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4년간 유튜브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에서 ‘술방’, ‘음주방송’ 등의 키워드로 검색 시 조회되는 조회수 상위 100개의 콘텐츠 모두에서 ‘문제음주장면’이 묘사됐고, 모든 콘텐츠가 연령 제한 설정이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음주장면’은 술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 음주 중 부정적 행동 장면과 대사, 음주 중 해로운 행동 장면과 대사, 미성년자 음주조장 장면과 대사, 상업적 이용 장면과 대사 중 하나의 항목이라도 해당되는 음주 장면을 말한다.

남인순 의원은 “TV 드라마와 예능, OTT, 유튜브 등 모든 매체에서 음주 장면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연령 제한 및 경고문구 표시 등 내용을 더 추가했지만, OTT, 유튜브 등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미디어 콘텐츠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미디어가 우리 사회의 절주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남인순 의원은 “TV와 같은 방송매체는 방송법 심의 규정에 근거해 문제 음주 장면에 대하여 심의가 가능하지만, 심의를 요청하더라도 88%가 ‘문제 없음’으로 종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디어는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떄문에,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의 문제적 음주장면에 대해서는 제대로 시정이 될 수 있도록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