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FTSE Russell)은 ‘2024년 10월 채권시장 국가분류(FTSE Fixed Income Country Classification Announcement October 2024)’를 발표하고, 앞으로 한국을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TSE 러셀은 ‘선진국 채권지수’로 불리는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WGBI는 이미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25개국의 국채를 포함하고 있는데,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국채 종합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불리고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만 약 2조5000억∼3조달러(한화 3362조5000억∼403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WBGI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 2.22%를 고려하면 이번 WGBI 편입으로 향후 70조에서 최대 88조원 수준의 추종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분석되는 등 기대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FTSE 러셀은 해마다 3월과 9월 국채 발행 잔액과 국가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등 세가지 요건을 토대로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한국은 WGBI 편입을 위한 정량 조건인 △국채 발행 잔액 500억달러(약 69조원) 이상 △국가 신용등급(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기준 ‘A-’ 이상)은 충족했지만, 정성 조건인 시장 접근성에서 ‘레벨 2’를 충족하지 못해 편입 예비 후보인 ‘관찰 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정부는 WGBI 편입을 위해 그동안 외국인의 국채 투자 비과세 조치, 외국인 투자자등록제(IRC) 폐지, 국채 통합계좌 개통,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 마감시간 연장 등을 시행하며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 국채는 이번 WGBI 편입에 힘입어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를 뺀 세계 2대 채권지수에 편입하게 됐다. BBGA에는 2002년 편입된 바 있다.
이번 편입과정을 살펴보면서 한가지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도전적인 욕심도 하나 생겼다.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과 함께 세계 최대의 시장지수 산출기관으로 군림한다. FTSE 러셀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에 속해 있으며, 모회사는 런던증권거래소(London Stock Exchange·LSE)다.
LSE에 상장된 증권의 시가총액은 약 3조42억달러(약 4621조1000억원)로 전 세계 10위 규모의 자본시장이다. 잘 알려진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NYSE)가 1위, 나스닥(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s·NASDAQ)이 2위다. 이들 1위와 2위 거래소에 상장된 증권 시총은 각각 25조5600억달러, 23조41000억달러로, 3위 유로넥스트(6억89000만달러)에 비해 거의 4배 가까이 큰 규모다.
현재까지 한국 유일한 증권 거래소인 한국거래소는 전 세계 15위 규모로 시총 2조600만달러(약 2783조원)를 보유한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주요 선진 주식시장으로 분류되는 미국이나 중국, 인도, 캐나다, 독일 시장 대비 작은 규모지만, 떠오르는 중인 대만, 호주,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해서는 앞서있는 자본시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약 70년 가까이 된 역사를 자랑하며, 2001년∼2012년 전 세계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덕분에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이고,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증권상품, 파생상품, 금·석유·탄소 배출권 거래까지 다루는 세계적인 종합거래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명성에 부합하는 시장 가치를 만들기 위해 연초부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고 선진시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결과물로 지난달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이 오히려 밸류업 종목이다’는 등 반론이 나와 여론이 차가웠다. 큰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부족한 부분은 다시 정비하여 보강하면 된다. 우리 자본시장과 한국거래소의 규모가 글로벌 수준에 오른 만큼 이번 지수 발표와 같이 면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LSE 그룹이 선보인 WGBI가 한 국가의 시장 동력을 크게 요동치게 할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부러움이 괜한 선망은 아닐 것이다. 국내 시장 위주로 바라보는 눈보다 글로벌 시장의 기준과 흐름을 읽는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