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이란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전운이 짙어지는 중동 정세를 안정시킬 해법에 관해 논의했다. 프랑스는 ‘긴장 완화가 최우선’이란 입장을 내비친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의 범죄 종식이 먼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별다른 성과 없이 평행선만 달렸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마크롱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군대와 싸우고 있는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페제시키안에게 “이란은 전반적인 긴장 완화에 책임이 있다”며 “헤즈볼라 등이 긴장 완화에 나서게끔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에 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란이 나서 헤즈볼라를 설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페제시키안은 모든 것을 이스라엘의 잘못 탓으로 돌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과 동시에 교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가자 지구와 레바논의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다. 페제시키안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를 ‘시온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며 마크롱에게 “프랑스가 다른 유럽 국가들과 협력해 시온주의 정권이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저지르고 있는 대량 학살과 범죄를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프랑스는 중동의 그 어떤 나라보다 레바논에 관심이 많다. 16세기에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된 레바논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 패전한 오스만 제국이 해체됨과 동시에 프랑스의 위임통치령이 되었다. 위임통치란 식민지배와는 다른 개념으로 1차대전 종전의 결과 국제연맹이 탄생하며 생겨났다. 1차대전 승전국들이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아직 자치 능력이 부족한 민족을 다스리며 장차 독립국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1차대전 후 옛 오스만 제국의 영토 가운데 레바논과 시리아는 프랑스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는 영국이 각각 위임통치를 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위임통치의 결과로 레바논은 프랑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프랑스풍 건물이 많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며 레바논에 대한 프랑스의 장악력은 급속히 약화했다. 결국 2차대전 도중인 1943년 레바논은 독립을 선언하고 프랑스의 위임통치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