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안 주려고 “불법체류 근로자 몰라요”… 법원 판결은? [별별화제]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사업장에서 3년6개월 가량 근무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모른다고 부인한 법인 대표에게 퇴직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시법원은 외국인 근로자 A씨가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0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불법체류 근로자로서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제조업체인 B법인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했다.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A씨와 같은 불법체류 노동자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여기에 계좌이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매월 월급봉투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 왔다.

 

A씨는 퇴직 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노동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B법인의 대표는 “A씨는 모르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급여가 월급봉투가 아닌 계좌이체 된 내역이 확인되자 20일 정도 일한 아르바이트생이라 주장했다. 노동청은 이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

 

그러자 A씨는 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B법인에서 3년6개월이나 근무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표와 사진을 찍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해 B법인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증거 확보를 위해 B법인에 문서제출명령과 과세정보제출명령,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했다. 또한 A씨가 B법인에 근무한 증거로 회식에 참석한 동영상과 대표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작업 내용을 촬영한 동영상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A씨가 B법인에 고용돼 계속 근로했음이 인정돼 퇴직금 10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대표가 퇴직금 지급을 피하고자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근로계약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남기지 않고, 동고동락한 근로자를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부인하는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민사상 지급의무 존재여부 및 증거는 입증하기 나름”이라며 “근로자는 자신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 등에 대해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