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라떼’ 인근 주민 코에서 독소 검출됐는데…저감사업 예산은 줄어

낙동강 주민 22명중 11명에서 독소 검출
정부 녹조 저감 사업 예산은 감소 추세

최근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신체에서 녹조로 인한 독소가 발견된 가운데, 녹조 발생을 줄이는 정부 사업 예산은 2022년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낙동강 녹조 현장. 뉴시스

 

14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계명대 동산병원과 부경대가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낙동강 주변에 사는 성인 102명을 대상으로 ‘공기 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낙동강 주변 주민 22명 중 절반인 11명에게서 녹조 독소인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됐다.

 

녹조 독소가 검출된 11명은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 등의 후각 이상 증상과 눈 가려움, 피부 발진, 두통,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책임자인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인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녹조 독소가 공기 중으로 확산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외 조사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 대학과 오리건주립대학 연구팀은 에어로졸 속의 남세균 독소가 기도 상피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저널을 2022년 국제환경 저널에 발표했다.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와 파킨슨병 등의 질환도 유발할 수 있어 ‘조용한 살인자’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녹조 발생을 예방하는 비점오염 저감 사업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어 녹조가 사회 재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광교저수지 녹조 현상. 뉴시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와 전국 7개 환경청의 비점오염 저감 사업 예산은 2022년 582억 원에서 내년 정부 예산안 348억 원으로 59.8%나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이 가장 많이 축소된 기관은 영산강유역환경청이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022년 예산 110억3300만 원 대비 93.4%가 감소한 7억3600만 원이 내년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책정 예산이 6억8500만 원으로 가장 적은 전북유형환경청은 3년 새 22.9% 삭감됐고, 금강유역환경청이 49.1%, 대구지방환경청이 50.8% 줄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경우 2022년 80억6500만 원에서 2024년 44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비점오염 저감 예산은 2022년 69억2000만 원에서 이듬해 121억7000만 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지만, 2024년 75억7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강득구 의원은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열린 국회 환경부 소속기관 국감에서 “요즘처럼 갑작스럽게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게 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오염원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이상기온과 합해져 녹조 발생이 많아지게 된다”면서 “녹조를 미리 예방하지 않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