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은 대한민국 산업화 역사에서 전환점이었다. 자동차와 기계부품 등을 포함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산업의 근간인 포항제철이 준공된 해이자 세계 최대의 가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과 LG의 고향인 구미1산단이 준공된 해이다. 경북도가 또 한 번 경제 부흥을 꾀하고자 산업구조 다각화의 새 판을 짠다. 포항제철과 구미1산단 준공 이후 50여년이 흐른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북도는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이 되고자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배터리·반도체·바이오·에너지가 신동력
특히 포항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영일만과 블루밸리 산업단지에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를 유치해 지금까지 8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기업 유치를 이뤄냈다. 이곳은 현재 기업으로 가득 차 용수와 전력이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포항은 철강과 전자의 두 축에서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같은 성장세에 있는 산업을 제대로 육성해 산업 지형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도는 민선 8기 들어 축구장 800개에 달하는 신규 국가산업단지도 확보했다. 영주의 ‘첨단베어링국가산단’은 산업단지계획 승인까지 받아 경북 북부권 최초의 국가산단이라는 브랜드를 달았다. 안동의 ‘바이오생명국가산단’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국가 백신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주는 원자력 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단’으로 지정됐다. 한국형 표준모델이 정립되면 SMR 원자로를 기반으로 연구개발활동을 하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갖춘다.
민자를 활용한 ‘국가 수소에너지 고속도로’도 빼놓을 수 없다. 수소에너지 고속도로는 울진의 원자력수소국가산단에서 생산된 수소와 포항 영일만항의 수소터미널을 통해 들어오는 수소를 대구·경북 전역으로 공급하는 에너지 배관망을 의미한다. 총연장 1000㎞에 2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는 지난해에만 배터리 분야 6조1012억원, 반도체 분야 2조1498억원 등 모두 12조5000억원의 투자를 달성했다. 일자리 창출 규모는 8000개에 육박한다. 도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도 이뤘다.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정상회의를 계기로 SMR 기술과 경북 동해안의 원전과 수소 산업을 알린다.
◆연구중심 도정으로 34개 정책특구 유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알아야 면장(행정기관의 장)을 한다”고 강조해 왔다. 어떤 일을 하려면 학식이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도지사는 학습하며 변화하는 ‘연구중심 도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화공굿모닝특강(화공)’은 300회를 넘겼다.
도가 2021년부터 도입한 연구중심 도정은 공직자들이 지역의 대학,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정책을 연구하는 분위기를 안착시켰다. 그 결과 민선 8기 들어 기회발전특구와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의 혁신을 견인하는 34개 정책특구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경북을 동북아 최고의 제조혁신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특화단지의 성공과 신규 국가산단 조기 육성, 동해안의 원자력, 수소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경북을 중심으로 영남권을 동북아 최고의 제조혁신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 역시 “경부고속도로가 수출 대한민국을, 초고속인터넷망이 IT코리아를 만든 역사적 변곡점을 만들었다”면서 “성장세에 있는 국가전략산업의 활동무대가 지방이어야 지방이 살고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