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 석탑 품은 청사’… 익산시, 54년 만에 새 둥지 입주

전북 익산시가 신청사 입주 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신청사는 건물 전면부에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유산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을 형상화했으며, 안전하고 경제적인 친환경 청사로 건립한 게 특징이다.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새로 건립한 익산시청 신청사 모습. 앞쪽은 옛 청사. 익산시 제공

익산시는 최근 신청사 건립 1단계 공사를 2021년 첫 삽을 뜬 이후 3년 만에 마치고 부서별 입주를 마무리했다고 14일 밝혔다.

 

신청사는 남중동 기존 청사 뒤편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연면적 4만234㎡)로 건립했다. 1970년 옛 청사 건립 이후 54년 만이며, 백제 역사, 문화, 여가 기능이 어우러진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다.

 

건물의 전체적 디자인은 공모를 통해 웅장한 미륵사지 석탑 모형을 전면부 중앙에 접목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무채색 외관에 지역 특색과 멋을 입혔다.

 

야간 경관도 아름답게 꾸몄다. 밝은 회색이 주를 이루는 건물 외벽으로 주황색 야간 조명을 비춰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미륵사지 석탑 부분은 돌이 층층이 쌓이는 세세한 느낌까지 조명으로 살려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익산시는 신청사 기획 단계부터 안전성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건물 구조 계획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구조적 안전성을 위해 건물 골조에 횡력 저항 시스템을 적용했고, 내진과 내풍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적합한 하중을 접목했다.

익산미륵사지 석탑을 형상화해 접목한 익산시청사 야경. 익산시 제공

화재를 초기에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피 시 안전한 피난을 위해 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 유도등과 완강기, 비상 방송 연동시스템, 시각 경보기 등을 적재적소에 설치했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친환경 자재 사용 비중도 높였다. 재생순환 골재를 사용하고 내구성, 내마모성, 방수 성능이 우수한 무기질계 콘크리트로 바닥을 마감했다. 벽면에는 방수와 차음, 방화, 방균이 우수한 친환경 석고보드를 활용했다.

 

신청사는 태양광과 지열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녹색 청사’이기도 하다. 지열을 활용한 복사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하고 보일러 폐열을 활용해 급탕 열원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급기 타워를 통해 열을 교환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 방법들도 적용했다.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 편의를 위해 주차장 규모도 확대했다. 신청사 부지에 지상 52면, 지하 431면 등 총 483면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고 신청사 인근에는 265면 규모의 주차타워를 별로도 건립했다.

 

향후 청사 내에 작은 도서관과 시민교육장, 다목적홀, 가족 휴게실 등 시민 편의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또 2단계로 신청사 앞을 자리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푸른 숲을 이루는 시민 공원과 사계 정원, 어울림·가족 마당 등으로 꾸며 도심 속에서 시민이 휴식하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54년 만에 새로 둥지를 튼 익산시 청사 모습. 앞쪽 녹색 옥상 건물이 옛 시청사다. 익산시 제공

익산시청사는 1970년 남중동 현 부지에 ‘이리시청’으로 개청한 이후 지금까지 54년간 유지해 전국 지자체 243곳 중 가장 오래된 청사로 기록될 정도였다.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 통합으로 현판을 ‘익산시청’으로 바꿔 달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청사가 노후화돼 이용에 불편이 뒤따랐다. 이에 익산시는 건물의 크고 작은 균열과 하자를 보강해 안전 등급을 C등급으로 올려 사용해 왔으나, 2003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대형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안전이 우려돼 신축에 나섰다. D등급은 건물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까지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익산시는 신청사 건립 부지 등을 놓고 해법을 모색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에서야 첫 삽을 떴고 마침내 새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전북 익산시 신청사 입주식에서 정헌율(왼쪽 6번째) 익산시장과 김경진(〃4번째) 시의회 의장 등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익산시 제공

익산시는 이를 계기로 시민의 날을 개천절인 10월 3일로 옮기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 ‘위대한 도시, 그레이트(GREAT) 익산’을 발표했다. ‘그레이트(GREAT)’의 G와 쉼이 있는 녹색 정원도시를 상징하는 ‘쉼표(,)’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고조선 준왕의 남천지이자 마한의 발상지, 백제 수도였던 고대 역사를 바탕으로 한(韓)문화의 중심지이자 대한국호의 발상지임을 나타낸다. 천년고도 역사와 문화의 경이로움도 담고 있다. 익산시 캐릭터 ‘서동·선화’도 20여년 만에 현대적이고 쾌활한 분위기로 변신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신청사가 단순한 행정 공간을 넘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익산의 새 시대가 열고 한(韓)문화 발상지로서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하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