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간첩단’ 몰려 7년 옥고… 54년 만에 누명 벗은 80대

20대에 조작 사건 연루 옥살이
대법, 형사보상금 9억 지급 확정

1960년대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인 이른바 ‘유럽 간첩단’으로 몰려 억울하게 7년간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9억여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1970년 수감돼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피해자는 80대가 돼서야 명예를 회복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형)는 4일 국가가 김신근(82)씨에게 9억12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형사보상은 사법당국의 과오로 누명을 쓰고 구속됐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가 구금이나 재판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사진=연합뉴스

고려대 대학원생이던 김씨는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유학하던 중 유럽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1970년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확정판결을 받아 복역했다. 함께 연루된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1972년 7월 집행됐다.



이 사건은 이후 조작 사건으로 판명됐다. 박 교수와 김 의원 유족은 재심을 청구해 2015년 누명을 벗었다. 당시 법원은 두 사람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으며, 대법원은 2015년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김씨도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김씨를 불법으로 구금·연행한 중앙정보부가 폭행과 물고문, 전기고문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증거 대부분이 부적법하며, 남은 증거만으로는 김씨에게 국가의 존립·안전 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심에서 김씨가 여전히 일부는 유죄라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지만 대법원은 7월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