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에 사드·병력 추가 배치… “대이란 방어 강화”

중동전쟁 적극 개입 의지

‘아이언돔 허점 노출’ 지적 속 조치
100명 파병… 하마스 공격 이후 처음
‘분쟁사태 당분간 지속’ 판단 내린 듯

이, 유엔군 기지 탱크로 강제 진압
유엔 “국제법 위반… 이에 해명 요청”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및 미군 병력을 추가 배치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미군을 파병하는 것은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처음으로 이란·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갈등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폐허 된 가자지구 난민캠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난민캠프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타 잔해만 남아있다. 이곳에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등이 위치해 있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발발 이후 병원 등을 무차별 폭격해온 이스라엘군이 또 다시 비판을 받고 있다. 데이르알발라=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추가 배치하고 미군 인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100명이 이스라엘에 파견된다고 보도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배치를 승인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스라엘 내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철통 같은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미국이 발표한 사드 및 미군 배치를 ‘중대한 파병’으로 규정하고 “이는 중동에서 격화하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도 사드를 운용할 병력 배치가 미군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서방국의 휴전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이란 등과의 전쟁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아파치 헬기가 레바논 남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이 이스라엘 북부에서 관측되고 있다. AP뉴시스

최근 이란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 등으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보강 의미도 포함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서 남쪽으로 33㎞가량 떨어진 소도시 빈야미나에 있는 이스라엘군 기지가 헤즈볼라의 드론에 공격당하기도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포함한 현지 언론들은 레바논에서 총 2대의 드론이 이스라엘로 날아왔고 이스라엘군은 한 대만을 요격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3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를 폭격해 최소 22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빈야미나에 있는 이스라엘 육군 골라니 여단 훈련캠프를 공격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으로 병사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선 전날에도 최대도시 텔아비브 교외에 헤즈볼라의 자폭 드론이 떨어졌다. NYT는 “이는 헤즈볼라의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이스라엘 방공체계에 걱정스러운 빈틈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에 대한 공격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스라엘군은 이날 UNIFIL 부대 정문을 탱크로 강제 진압하며 논란을 키웠다. 유엔군은 이날 성명에서 충격적인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평화유지군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포함한 국제법 위반이고, 전쟁범죄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바르자 마을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주변에 레바논 군인들이 배치돼 있다. 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천막동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뉴시스

논란이 확산하자 이스라엘군은 유엔군 주둔지 인근 현장을 외신에 공개하며 정당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인 블루라인 인근 숲이 우거진 산비탈에 2개의 터널 입구가 있고, 그로부터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유엔군 주둔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터널에는 엄청난 양의 폭발물과 지뢰가 장착돼 있고, 이스라엘군은 그곳이 헤즈볼라의 비밀 전초기지로 소개했다고 NYT는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유엔군을 전투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군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고 지적하고 유엔군이 헤즈볼라의 무장 활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