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권선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장 “‘배터리 굴기’ 中에 맞서려면 정부 지원 필수” [차 한잔 나누며]
기사입력 2024-10-14 23:00:00 기사수정 2024-10-15 08:45:47
배터리 소재 음극재 양산 자부심 美도 공급망 관리 위해 큰 주목 “韓 품질 좋지만 가격 경쟁력 밀려 소재 살아야 K배터리도 날죠”
“이미 상용화된 배터리의 설계는 절대적인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봐야 합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전했던 지난달 30일 포스코퓨처엠의 에너지소재연구소 세종캠퍼스를 찾았다.
노권선 에너지소재연구소장은 하이니켈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차이점을 설명하던 중 배터리 화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무슨 말일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은 기존의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지만 안전성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소장은 이에 “니켈이 증가할수록 절대적 안전성은 낮아지는 게 맞다”면서도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하이니켈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배터리사들은 하이니켈 소재의 안전성을 개선해 왔다. 그 개선된 소재로 배터리를 디자인했다는 것은 이미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설계, 생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에 나온 하이니켈 배터리가 구조·설계상의 결함으로 폭발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화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노 소장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설계가 아닌) 그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기차 주행으로 배터리에 쌓이는 충격 등 외부 요인, 배터리 내 이물질 등 내부 요인이다. 외부 요인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내부 요인은 생산 과정, 기술력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노 소장은 포스코퓨처엠의 공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배터리 4대 소재(양·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를 생산할 때 공기 중에 있는 철, 구리, 아연 등 이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데, 아주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어 10억분의 1(ppb) 단위로 관리한다”며 “그래서 이중 제거 장치가 필요하다. 공장으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에서 1차로 이물을 걸러내고, 그 공기가 소재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3중 헤파필터를 거치게끔 해 완전히 걸러낸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점차 두드러지는 ‘배터리 굴기(崛起·떨쳐 일어남)’의 나라 중국에 대해선 “아주 훌륭한 경쟁자”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예전엔 기술력이 떨어졌을 수 있지만 지금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다”며 “배터리 산업 종사자도 굉장히 많고 연구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율(收率)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 소장은 “중국 배터리가 성능은 뛰어나지만 한 가지 의심되는 점은 품질의 균일성이다. 한국 업체들보다 불량의 허들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납품한 실적이 많지 않은 점도 향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소장은 최근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진 것도 중국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품질이 우수해도 배터리 업체에서 선뜻 주문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과 가격 경쟁력 격차가 벌어져 있어서다. 노 소장은 “중국은 환경규제가 덜하고 흑연 광산이 많지만, 우린 환경 투자비용이 비싸고 원료 자체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두 가지는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1∼2년 새 전기료가 크게 인상된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음극재 양산은 포스코퓨처엠의 자부심이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서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음극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지난 7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점검 차원에서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공장을 찾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노 소장은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 탈(脫)중국 음극 업체로 살아남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결국 좋은 배터리 소재가 극복할 것이다. 소재 업체가 살아야 K배터리도 글로벌 무대에서 날 수 있다는 얘기”라며 “(단가 등) 근본적으로 사업환경이 달라 따라잡기 힘든 부분은 당분간만이라도 정부가 보조해 주지 않으면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