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富의 불평등’ 분석… 美 교수 3人 노벨경제학상 [뉴스 투데이]

남북한 운명 가른 제도 차이 설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공저자 등
아제모을루 “민주주의 힘든 시기”

세계화 여파로 점점 더 극심해지는 국가 간 부의 양극화에 대한 연구에 기여한 3인의 학자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4일(현지시간)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해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인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야코브 스벤손 왕립과학원 경제과학상 위원장은 “국가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왼쪽부터)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노벨경제학상은 1901년부터 시상된 노벨상의 다른 5개 부문과 달리 1969년부터 수여돼 왔다. 일반적으로 노벨경제학상으로 통칭되지만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제정한 상이어서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영광의 수상자 중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은 ‘신 국부론’으로 불리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저자로 친숙한 인물들이다. 2012년 발간된 이 책은 ‘국가들의 번영과 빈곤, 불평등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지’를 탐구했는데 특히 남한과 북한의 운명이 갈린 이유를 사회제도 측면을 통해 설명해 국내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한의 경우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는 등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일부 개인과 집단이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착취적 경제제도를 도입했고, 결국 이 차이가 남북한의 현재 모습을 결정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 수석 경제학자 출신의 존슨은 2011년 미국 금융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 간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한 ‘위험한 은행’을 출간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금융 이데올로기와 이를 추종하는 정부들의 정치적 통제를 비판했다.

 

올해 노벨상은 물리학상을 ‘인공지능(AI)의 대부’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 화학상을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에게 수여하는 등 AI를 학문연구의 도구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공교롭게도 경제학상은 AI의 발전에 우려를 표하는 인물들이 수상했다. 세 명의 수상자 중 아제모을루와 존슨은 지난해 공동출간한 ‘권력과 진보’라는 제목의 저작을 통해 “기술의 진보로 소수의 기업과 투자자만 이득을 보고 있다”면서 ‘기술 발전이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통념을 배격한 바 있다. 아제모을루는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AI는 유망한 기술이다. 그러나 그 기술에 대한 과대선전이 기대에 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제모을루는 이날 수상 발표 후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연구는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에 이롭다는 관점을 제기한다면서 “지금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힘든 길을 지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들 국가가 더 나은, 더 청렴한 통치 체제로서의 지위를 찾고 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약속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