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봇 등 신산업 집중 투자… 대구, 글로벌 시장 공략 [지방기획]

市, 5대 미래 먹거리 수출 잰걸음

UAM 등 내세워 경제 영토 확장 나서
PNP, 지방 첫 대구 소재 기업에 투자
2년간 9조 유치… 지난 10년比 2배↑
수성알파시티 기반 디지털 혁신 추진

시, 中·베 이어 美 LA에 사무소 개설
지역 기업의 세계 진출 지원 역할 맡아
메타 등 방문해 스타트업 등 협력 논의
‘한국형 CES’ FIX, 23∼26일 개최도

“대구에 많은 투자유치가 이뤄지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이 많아 투자를 결정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시 서니베일에 있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PNP)의 아미르 아미디 대외담당 부사장은 대구에 본사를 둔 의료용 소프트웨어 기업 ‘엠에이아이티’(MaiT)와 직접 투자협약을 체결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시 서니베일에 있는 PNP 본사를 방문해 미래 신산업 기술 및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시 제공

PNP가 서울 소재 기업 2개사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비수도권인 대구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NP는 엠에이아이티의 미래 기업가치를 400만달러(약 53억원)로 추정하고, 초기 투자금으로 5만달러를 투자한다. 아미드 부사장은 “일본에 이어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더 많은 교류를 통해 대구가 세계적인 창업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 첨단 신산업 투자 봇물

대구가 반도체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헬스케어, 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ABB) 5대 신산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시는 중국 상하이, 베트남 호찌민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대구사무소를 개설했다. 또 글로벌 첨단산업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국내 최대 박람회를 개최한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국내외 37개사로부터 9조203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10년간 유치한 투자액의 2배에 달한다. 시가 지난 한 해 동안 유치한 기업 투자액은 4조96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106억달러보다 3.7% 늘어난 110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출 증가율도 전년 대비 3.5% 증가해 전국 17개 시·도 중 경남(15.2% 증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구시는 현재 비수도권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집적단지인 수성알파시티를 기반으로 지역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국내 1호 기회발전특구로 수성알파시티와 현재 조성 중인 제2수성알파티는 IT(정보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전국 유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비메모리반도체 신산업 생태계 조성, UAM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김정섭 대구시 경제국장은 “수성알파시티 조성 5년 만에 243개 기업,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수도권을 제외한 국내 최대 규모 소프트웨어 집적단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시장 향해 적극 세일즈 행정

대구시는 글로벌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준표 시장과 표철수 엑스코(EXCO) 사장이 주축인 대구시 해외방문단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멘로파크에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와 플러그앤플레이(PNP) 본사를 잇달아 방문해 대구의 5대 신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의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시가 추진하는 5대 미래 신산업과 밀접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측은 이날 야심차게 내놓은 VR과 MR(혼합현실)을 볼 수 있는 ‘메타 퀘스트’, 동시통역 등 AI 기능을 탑재한 안경형태의 ‘AR 글래스’(레이밴 메타), 차세대 AR 기기 시제품(오라이언) 등을 소개했다.

같은 날 대구시 방문단은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기관이자 벤처 투자사인 플러그앤플레이 본사를 방문했다. 시는 2020년부터 PNP와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페이팔, 드롭박스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31개사를 육성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지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원스톱 지원기관 역할을 담당하는 대구시 LA사무소를 개소했다. 정장수 경제부시장은 “대구 역점 사업인 5대 신산업이 LA를 중심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지와 연결짓도록 해 대구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자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달 30일(현지시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멘로파크에 있는 메타 본사를 방문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한국형 CES’ 꿈꾸는 ‘FIX 2024’ 첫선

미래 모빌리티(이동 수단), 로봇 등 글로벌 첨단산업 최신 트렌드를 보여줄 ‘한국형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2024 미래혁신기술 박람회(FIX 2024)’는 23~2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버금가는 박람회로 키우겠다는 게 홍준표 시장의 목표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엑스코가 주관하는 FIX 2024는 대구시가 그간 개별적으로 열어온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엑스포’(DIFA), ‘대한민국 ICT 융합엑스포’, ‘대구국제로봇산업전’ 등을 통합한 것이다.

FIX는 모빌리티관, 로봇관, ABB관, 스타트업관 등으로 꾸며진다. 국내외 450여개사가 2000여개 부스 규모로 참가한다. 미국 플러그앤플레이도 참가해 23일 기업박람회인 ‘플러그앤플레이코리아 엑스포’를 개최한다. 국내외 창업기업 25개사가 참여해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성과를 선보인다.

특히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5’의 핵심 트렌드와 미래 기술·경영 동향을 제시하는 ‘트렌드쇼 2025’도 24일 열린다. AI·에너지·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국내외 전문가들이 집결해 기술 트렌드와 미국 진출 가이드를 공유한다. 표철수 엑스코 사장은 “이번 박람회가 국내 기업들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실효성 있는 기회의 장이자 대구 신산업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지역 스타트업 적극 지원… 유니콘기업 탄생시킬 것” 

 

“대구에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홍준표(사진) 대구시장은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구사무소를 통한 지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함께 글로벌 기업의 대구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 플랫폼스와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플러그앤플레이(PNP) 본사를 차례로 방문해 투자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해외 세일즈 행정’을 펼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멘로파크에 위치한 메타는 기업 모태인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메신저, 왓츠앱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앤디 오코넬 메타 부사장은 “홍 시장은 페이스북 사용자로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라고 들었다”며 환영 인사를 건네자, 홍 시장은 “정치적인 의사표시를 하거나 시정을 홍보할 때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면서 “소셜미디어 가운데 한때 트위터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한국에서 페이스북이 소통 수단으로서는 가장 널리 퍼져 있다”고 화답했다. 실제 그는 미국 출장 중에도 두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메타 측이 차세대 AR(증강현실)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Orion) 시제품을 소개하자 홍 시장은 대구와의 협력사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구는 전 세계에서 안경 제조업체가 집약된 지역”이라며 “나중에 대량생산 단계에서 OEM(주문자생산방식) 방식으로 생산할 때 대구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홍 시장은 올해 3월 대구시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 국제안경전인 ‘대구국제안경전’에서 “대구의 안경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메타는 AI(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무료로 쓸 수 있게 오픈하는 등 이윤보다 인류의 미래를 우선시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어 홍 시장은 플러그앤플레이 본사를 찾아 지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