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천절에는 흥미로운 행사가 하나 열렸다. 한국의 대표 약주 백세주의 리뉴얼을 기념하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한식 다이닝 ‘덕분’에서 이원일 셰프 및 ‘덕분’에서 기획한 백세주 팝업 레스토랑이 열렸기 때문이다.
백세주는 이번 리뉴얼된 제품으로 기존의 인삼 등 한약재의 맛을 줄이고, 청량함과 과실향이 좀 더 부각된 스타일로 바뀌었다. 특히 제품 라벨도 기존에 백세주를 마셔서 젊어진 아버지가 마시지 않아 나이를 들어버린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고 있던 부분을 변경했다. 한자 ‘백(百)’의 캘리그래피(서체)를 힘 있게 승화, 기존의 중장년층 이미지에서 젊어진 백세주의 시장 진입을 노리는 것으로 보였다.
백세주는 1992년 국순당 창업주인 고(故) 배상면 선생이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고급 전통주의 필요성을 느끼고 개발한 술이다. 이러한 제조법은 1994년 KT(국산 신기술 인증 마크)를 획득했고 1998년과 2000년에는 주류업계 최초의 벤처기업으로 인정까지 받았다. 백세주는 몸에 좋은 술이라는 이미지에서 소주와 함께 넣어 마시는 50세주, 25세주 등 확장성을 가져가며 승승장구해 나가는 듯 보였다.
다만 행사의 아쉬움도 있었다. 행사의 페어링이 오직 백세주 한 종류뿐이었다는 것. 단맛이 더 빠진 드라이한 버전 및 도수를 낮춘 버전, 그리고 와인 잔에 따라 마셨던 만큼 키가 큰 백세주 병이 그리워진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백세주를 비롯한 고급 약주 시장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한국의 주류 시장은 한번 유행하면 그것에 너무 편승하는 모습이 있다. 와인, 위스키, 소맥, 하이볼 모두 마찬가지다. 약이 될 만큼 귀한 술이라는 의미의 약주. 자극적이고 눈요기의 시장이 아닌 발효의 미학과 기다림의 가치가 담아 작품 감상하듯 음미하는 우리 전통주 시장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