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라고 차별해" 결국 80대 노모를…檢, 징역 30년 구형

"술에 취해 제정신 아니었다" 눈물
"성인 된 이후에도 사소한 일에도 간섭하며 딸 무시했다"

집에서 함께 살던 80대 노모를 술김에 둔기로 폭행·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서울북부지법. 뉴시스

 

검찰은 15일 오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동식)의 심리로 열린 정모(49)씨의 존속살해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용서받기 어려운 범죄라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우발적인 살인으로 보이는 점, 정씨가 피해자를 마지막까지 가까이 부양해 왔던 점 등을 양형에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도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당시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마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50분쯤 정씨는 서울 중랑구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다 그에게 잔소리하던 80대 노모 홍모씨에게 둔기를 20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씨는 술을 마신 뒤 라면을 끓이며 홍씨에게 '라면을 먹겠냐'라고 물었지만 홍씨는 '술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취지로 타박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정씨가 안방에 누워있던 홍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순간 '엄마가 친모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나머지가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가 쓰러지자 정씨는 거실로 나가 112에 범행을 신고했고 뒤이어 출동한 경찰은 정씨를 긴급 체포했다. 의식을 잃은 홍씨는 119 구급대를 통해 동대문구 소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어린 시절부터 홍씨가 친딸인 본인을 잘 돌봐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가져왔다. 정씨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더욱 불만 품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씨가 계속 본인을 무시하고 남동생과 차별하며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아 나무란다는 이유에서다.

 

정씨가 배우자와 사별 후 경제적 어려움 겪고 있던 상황에 홍씨는 고령으로 인해 홀로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며 딸과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했고, 두 사람은 지난 7월부터 서울 중랑구에 있는 주거지에서 함께 살게 됐다.

 

정씨는 홍씨와 살게 된 이후 홍씨가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도 사소한 일에도 간섭하며 자신을 무시하며 괴롭혔다는 이유로 홍씨를 적대시하는 마음을 품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지난달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같은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