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끔찍, 이걸 어떻게 읽나”…한강 ‘채식주의자’ 본 김창완 기겁한 이유

과거 한강 인터뷰 영상 재조명
“폭력 견디기 어려운 이유, 폭력적 장면 통해 말할 수밖에”
한강 작가와 채식주의자를 함께 낭독 중인 김창완. KBS 방송화면 갈무리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채식주의자’를 읽던 도중 “끔찍해서 안 읽고 싶다”고 말한 과거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강의 작품은 독서 초심자들에게 낯설다고 평가되곤 하는데, 한 문학평론가는 이를 두고 “그 ‘미숙성’에서 새로운 언어가, 형식이, 사상이 탄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5일 유튜브에 따르면 ‘KBS 인물사전’ 채널에 지난 11일 올라온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직접 읽어주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기 급상승 동영상 9위에 올랐다. 2016년 5월 방영된 KBS ‘TV, 책을 보다-2016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을 만나다’ 중 일부 영상으로, 한강은 진행자 김창완과 마주 앉아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완은 채식주의자인 아내를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 영혜의 남편 시점에서 서술되는 대목을 읽었다. 채식주의자는 각기 다른 화자가 등장하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그중 첫 장이다. 친정 식구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가족들은 채식하는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반찬을 먹이려 들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던 김창완은 더 이상 읽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안 읽겠다. 뒤로 가면 너무 끔찍하다”며 “고기를 딸 입에 쑤셔 넣고 뭐하는 거냐. 아무리 소설가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강은 “이 장면이 끔찍하고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세 개의 장에 이뤄진 소설에서 각자 화자의 관점에서 다시 나올 만큼 중요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책을 읽으려던 김창완은 재차 인상을 쓰며 “이걸 어떻게 읽냐. 읽어야 하냐” 물었다. 한강은 “읽지 마시라. 괴롭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창완은 영혜의 아버지가 딸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마음처럼 되지 않자 딸의 뺨을 때려가며 입안에 탕수육을 밀어 넣는 장면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이내 “안 읽겠다. 너무 끔찍하다”며 힘들어했다.

한강 작가. KBS 방송화면 갈무리

 

한강은 “폭력적인 장면에 민감한 편이다. 아우슈비츠를 다룬 영화를 보면 토하거나 며칠 아프기도 한다. 가장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게 폭력의 장면”이라며 “이 사람(영혜)이 왜 폭력을 견디기 어려운지는 폭력적인 장면을 통해 말할 수밖에 없기에 (그렇게 썼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강은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 측과의 인터뷰에서 ‘작가 한강’을 막 알게 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작별하지 않는다’ ‘흰’ ‘채식주의자’ 등을 꼽은 바 있다. 다만 한강의 소설들은 주로 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없거나 충격적으로 느껴질 법한 성적, 폭력적인 장면의 묘사가 나온다는 등의 이유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의 소설들은 질문들은 무성하나 대답은 없는 탈근대, 혹은 후기 근대적 글쓰기의 전형”이라며 “’미숙한 주체’들의 산문 형식이지만 그 ‘미숙성’에서 새로운 언어가, 형식이, 사상이 탄생한다”고 평했다.

 

그는 “문학은 영광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토록 사람들을 들들 볶아서 유지되는 한국 사회는 역설적으로 그러한 역량이 충분히 확대재생산 가능한 사회이기 때문”이라며 “문학은 기본적으로 역설과 반어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은 한국이 만든 또 하나의 1등으로 기억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맹목의 한국 사회에 아직도 멈추어 돌아보고 기억하고 성찰하는 힘이,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남아있음을 증거하는 사건으로 기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