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71억 전세 사기’ 대구 임대인에 징역 13년 선고 [사건수첩]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여성을 포함해 80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대구 남구 전세 사기범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판사 전명환)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0대)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대구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지난달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가 범행을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A씨는 2020년 12월∼2024년 3월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 다가구주택 등 건물 12채를 임대하며 청년 등 임차인 10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88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그는 피해자들과 임대차계약 당시 기존 세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전체 임대차보증금 액수를 축소해서 알리는 등 향후 보증금 반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상은 기존 임차인들과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채무 등으로 보증금을 제때 반환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범행에 속아 계약 종료 후 보증금 84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은 지난 5월 신변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법원은 검찰 공소사실 가운데 피고인 소유 담보 가치가 임대차보증금 합계액보다 높았을 당시 이뤄진 계약 행위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 전체 피해자는 87명으로 피해액은 71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재판부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해 피해를 확대시켰다"면서도 "임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기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동정 전과가 없는 점, 대부분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