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요정’ 20주년 무대 서는 김성녀 “연극배우로 위상 찾아준 고마운 작품”

남편 손진책씨 연출 맡은 1인극
5살 아이 등 32명 등장인물 연기
31일~11월10일 세종문화회관서
“괜찮다 싶으면 30년까지 할 것”

“55살에 만난 ‘벽 속의 요정’은 저의 대표작이 됐어요. 제게 월계관의 영광과 함께 고통도 같이 준 작품입니다.”

연극, 창극, 마당놀이,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천의 얼굴을 보여준 배우 김성녀(74)가 ‘벽 속의 요정’ 20주년 공연을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배우 김성녀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1인극 ‘벽 속의 요정’ 20주년 기념공연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인극(모노드라마)인 이 작품에서 김성녀는 혼자 5살 아이부터 아버지, 어머니, 요정 등 32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한다. 엄청난 대사와 순간적인 역할 바꿈에다 노래(12곡)와 춤도 소화해야 하는 만만찮은 무대이지만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2005년 초연 당시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 굵직한 상들을 휩쓸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관객과 만났다.



김성녀는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와 비슷한 세대 연극배우들은 자신의 대표작인 모노드라마를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었다”며 “남편(손진책 연출)이 결혼 30주년에 ‘배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하면서 ‘벽 속의 요정’을 선물했다. 마당놀이로 대중에게 알려졌던 내가 연극배우로서의 위상을 찾도록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벽 속의 요정’은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인 후쿠다 요시유키가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소재로 쓴 원작을 극작가 배삼식이 재창작에 버금갈 정도로 손질했다. 좌파였던 아버지가 우파 정권이 들어선 뒤 집 벽에 숨어 살면서 딸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내용을 6·25전쟁 시기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적인 이야기로 고친 것이다.

5살 때부터 무대에 서기 시작해 연기 인생 70년째인 김성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벽 속의 요정’에 강한 애착을 내비쳤다. “초연 때 ‘모노드라마가 참 힘들고 외롭고 어렵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이후 진부한 연기가 되지 않도록 항상 조바심을 내며 연기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10년만 하려던 공연이 어느새 20년이 됐어요. 이번에 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30년까지 가보려 합니다.”

공연은 31일∼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