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지정키로… ‘1000만 관광객+섬 특성’ 반영해 진료권역 서울과 분리 추진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추진된다.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해 응급 의료 수요가 높은 데도 서울과 같은 진료권으로 묶여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한 제주도의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29회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검토 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진료권역은 11개로 나뉘어 있다. 진료권역 분류 기준은 권역 내 인구 100만명 이상, 자체 충족률(환자의 해당 권역 소재 의료기관 이용률) 40% 이상, 환자 이동 거리 120분 이내 등이다.

 

서울권에는 서울시 외에 광명·과천·구리·남양주·하남·여주시, 가평·양평군 등 경기도 일부 지역 외에도 제주도가 함께 묶여있다. 이는 인구 등 진료권역 분류 기준 외에 제주도민들의 의료 서비스 양상을 고려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제주도는 1995년부터 진료권역 분류에서 서울권에 묶여 있었는데, 배를 타고 전남권으로 가기보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게 환자들로서는 더 빠르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이유로 제주도의 병원들은 서울·수도권 병원들과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에서 밀릴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진료 권역별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수를 산출하고, 이에 따라 각 병원의 신청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병원들은 병상을 많이 갖추고 의료 자원이 풍부한 ‘빅5’ 병원 등에 밀렸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연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제주도의 특성을 반영해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12월에 나올 용역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진료권역 재설정에 이어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기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주도만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인구는 70만명에 못미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2019∼2023년 연평균 관광객은 1300만명 수준이다. 제주 관광객들이 응급실을 많이 차지하면 도민들이 갈 곳이 줄어들 수 있는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이런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주도는 섬이라서 태풍이 오면 응급환자 이송을 하지 못하는 점도 고려할 방침이다.

 

다만,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서려면 몇가지 걸림돌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먼저 인력·시설 등 의료 인프라다. 상주인구가 적고 외부에서 환자가 유입될 일이 거의 없는 제주도 의료기관은 서울권 병원들과 의료자원 격차가 컸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권 병원들도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주도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역 유일 국립대병원인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의사 등 양질의 의료인력과 의료장비를 갖추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가운데 ‘질병군별 환자의 구성비율’은 꼭 넘어야할 걸림돌이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려면 전체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중이 34%를 넘고, 경증환자 비중이 12%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인력과 시설·장비 기준은 투자로 확충할 수 있지만, 환자 비율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앞서 제주대병원은 2024∼2026년에 적용되는 제5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지난해 8월 서울권역으로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결국 제주도의 큰 병원인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이 ‘교통정리’를 통해 환자 비율을 맞춰야 제주도 최초의 상급종합병원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