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장 모델 지속 가능… 연구 통해 모두가 지향하게 해야” [뉴스 투데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 평가

“남북한, 분단되기 전엔 경제 비슷
서로 다른 제도 속에 격차 벌어져”
대기업 집중·고령화는 문제 지적

AI 관련 신중한 활용 필요성 강조
“직업 대체율 5%론 경제 혁명 불가”

국가 간 부의 양극화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3명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바람직한 제도에 기반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일제히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고령화, 대기업 집중 등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대학 측이 주최한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에 대한 질의에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남북한은 분단되기 이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격차가 열 배 이상으로 벌어진 사례”라고 답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왼쪽부터). AP연합뉴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의 발전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고 전제하고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한국은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자신의 배우자가 한국계라고 소개하고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며 “이는 우리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지향하게 만들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북한의 고립과 위협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이라 예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새로운 생각 및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경쟁 압력을 통해 도전에 대처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선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시스템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굳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좋은 제도가 포용적인 성장을 가져오고 더 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해서 지배층이 그런 제도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역시 인공지능(AI)에서의 신중론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벨물리학상·화학상이 AI 분야를 연구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수상자들 역시 AI의 신중한 활용을 강조한 바 있다.

그간 관련 저서와 인터뷰 등에서 AI 기술이 과대선전됐다고 주장하며 AI 회의론자로 평가받는 아제모을루 교수는 지난 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많은 돈이 낭비될 것”이라면서 “(AI 기술에 따른 직업 대체율) 5%로는 경제 혁명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앞선 논문 등에서 향후 몇 년간 AI에 대한 과장된 기대가 천천히 식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I 열풍이 1년 정도 더 지속한 뒤 기술주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기업 임원·학생들이 AI 기술에 환멸을 느끼는 식의 전개도 가능하다고 예견했다. 또 AI에 대한 열광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수많은 해고를 단행하고 AI에 거액을 쏟아붓지만 이후 AI 기술이 기대만큼 발전하지 않으면서 직원 재고용 등에 나설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향후 10년간 AI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총 0.93∼1.16%에 불과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한국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이날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제모을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북한의 경제발전 차이에 주목한 바 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2022년 방한 당시 연설에서 한국을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성취한 국가로 평가하기도 했다.

존슨 교수는 지난해 경제학자인 타일러 카우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아내의 부모가 한국에서 태어난 만큼 한국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으며 한국 경제학자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AI 모델 알파고를 만든 ‘알파고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다. 허사비스는 특히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 당시 방한해 대국을 직접 지켜봤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AI 석학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인재포럼’ 행사에서 온라인으로 연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