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산업 강화 예고… 국내기업 혜택 유지 전략 필요” [2024 세계금융포럼]

세션2 - 美대선, 한국 산업 영향

해리스측, 對中 교역 일부 인정하지만
트럼프측은 무역 규모 전체 축소 의도

두 후보 모두 ‘자국 내 생산’ 강조 입장
반도체 국내 거점 구조에 변화 불가피

환경 분야선 탈탄소 vs 화석연료 대치
철강은 美·유럽 GSSA협상 재개 관건

“누가 당선되든 미국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의 자국 물자 우선 구매정책)이 대세 흐름으로 우리나라에는 위협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세계금융포럼’에서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산업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당선 시 예상되는 첨단 분야 규제와 공화당 당선 시 그려지는 친환경 분야 규제 등이 예측 불확실성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미국 내 자국 산업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모두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경청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세계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대선 향방과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 관련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토론에는 문철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왼쪽부터)와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이 참여했다. 남정탁 기자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 규모는 2010년 이후 연간 5000억달러 이상을 유지하다가 2022년 1조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인은 대중국 무역적자였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저임금, 저가격, 저부가가치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10개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 대상국의 적자액은 1조118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790억달러)로 가장 컸다.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510억달러로 8위를 차지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트럼프 정부 때부터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낮추려는 관세 쿼터 등 수출차단 조치가 있었고 자국 내 공급망 안정화 전략이 등장했다”며 이런 기조는 후보와 관계없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이 자국 내 제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중국과 경쟁 구도에 있는 우리나라의 제품군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자국 제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위협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추구하는 무역투자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수입의존도가 높은 대중국 교역현황을 일부 인정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입장을 유지하면서 첨단 분야에 대한 수출을 중심으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이 앞서 있는 기술경쟁력 격차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공장지대) 지역의 전통 제조업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한다. 대중 무역 규모 전체를 축소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은 트럼프 정부에서 기획돼 바이든 정부에서 발효됐다. 두 후보 모두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만큼 국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수출하는 현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대선 후보들이 유세를 다니면서 정책들이 비슷하게 수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리스는 기간산업에 대한 보호조치와 첨단산업에 대한 견제조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때나 나왔던 얘기”라고 말했다.

 

환경은 양 후보 정책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다. 해리스 후보는 탈탄소 정책을 유지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화석 산업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는 자동차 분야에서 내연차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지만 친환경차와 이차전지 등에 투자했던 국내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 본부장은 “IRA에 따른 이차전지 투자는 이미 정부가 돈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되더라도 4년 안에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분야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SA)’ 협상 재개 여부가 관건이다. GSSA는 탄소배출량 기준에 따라 철강 관세율을 차등 부과하는 것으로 중국을 비롯해 우리 철강 산업에도 영향이 크다. 해리스 당선 시 협상이 활성화할 여지가 있고 트럼프가 돼도 관세조치 강화로 교역여건이 악화할 소지가 있다.

미국 대선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정치적인 입장도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해서 미국과 중국 사이 눈치를 봐 왔다”며 “이제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선명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양쪽에서 팽(烹)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도 최근 총리가 바뀌었고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관계 재설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스탠스를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을 수 있도록 입장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중국과 관계를 정립한 가이드라인을 정부에서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도 토론에서 “보호무역주의 미국에 대응해 우리도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기업에 상당한 영향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현재 혜택이 유지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며 “예를 들어 트럼프가 좋아하는 게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인데 그 부분을 어필하면서 IRA 등 혜택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