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찬규 NH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세계 금융포럼’에서 “대통령이 누가 될지도 중요하지만, 정책 추진을 위한 상원과 하원의 통합 여부도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팀장은 ‘해리스 VS 트럼프, 한국에 끼칠 영향은’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처음에는 ‘허니문’ 기간으로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이 어느 정도 반등을 했는데, 장기 금리 하락폭이 일부 제한되면서 (내년) 2분기에는 시장이 약간 주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통령이 확정된 뒤 내년 상반기까지 허니문 기간 후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유망 업종에 투자하거나 미국 비중을 늘리고 한국 비중을 낮추는 선택을 해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도체·IT 등 수혜, ‘세금’은 공통 리스크
백 팀장은 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시장이 받는 영향도 매우 클 것”이라며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 간 상반된 정책도 있지만, 양쪽 모두 국방 강화, 중국 견제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인프라 산업 투자에 우호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수혜를 입는 업종으로 △반도체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원자력발전을 꼽았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전자는 ‘겨울’이 약간 왔지만, 반도체 업종의 겨울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후보별 당선 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시나리오로 제시됐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큰 정부’를 지향하며 증세를 통해 4조달러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그린(Green) 전환’을 앞세우며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 기조를 보인다. 앞서 대통령 재임 당시 강조했던 보호무역주의를 선호하고, 오일·가스 등 전통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폐지를 들고 나왔다.
백 팀장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법인세를 낮추다 보니 미 주식시장이 좋았지만, 이듬해 말 미·중 갈등으로 주저앉았다”며 “이를 고려해보면 (트럼프 후보 당선 시) 감세 모멘텀은 관세 리스크 등으로 한국 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 자산이 있는 이들은 트럼프 후보가 돼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겠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는 수혜 업종이 많지 않아 부담이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후보 당선 시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지속성이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백 팀장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 액트·Chips Act) 등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지었는데,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정책 지속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며 “위험요인을 꼽자면 법인세가 올라가 기업 주당순이익(EPS)에 직격탄이 될 수 있으며, 미온적인 중동정책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불확실성 상승 전망… “안전자산 주목”
이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투자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토론 좌장을 맡은 문철우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대안 모두 불확실성 높을 때는 둘 다 상정하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인 경험칙”이라며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 결국 배의 닻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서 먼저 타고 가야 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리스 후보는 중산층 보조금 확대 등으로 복지 지출을 확대하면서 트럼프 후보의 감세안에 상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재정적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이미 크기 때문에 추가 확대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현재 해외에 투자한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미국 자산에 몰리고 있는데, 이들은 펀드 등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대선 결과는 증시보다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더 끼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더 유심히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해리스 정부가 되든 트럼프 정부가 되든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지속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도 인플레이션 지원 법안이나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에 더 많은 자원이 집중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현재 미국에선 노동시장이 개선된다기보다 악화할 수 있는 여건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답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계속해서 “그 하나로 일본 엔화가 약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강세로 갈 여지가 있어 투기적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부분도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