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한층 거세질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미국·중국 갈등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안보를 굳건히 할 컨트롤타워를 출범시켜 산업공급망을 확대하고 무역구조를 고도화하는 등 국제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겸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는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2024 세계금융포럼’ 기조 강연자로 나서 “미국인 대부분이 중국을 미국의 라이벌, 경쟁자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되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되든 대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통해 다자무역체제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도 난망하며, 복수국 간 무역협정 역시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10% 보편적 기본관세’, ‘중국 최혜국대우 철회’ 등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강력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막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적 경쟁과 공급망 진영화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가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등 글로벌 공통 과제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정 원장은 “과거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무역 증가율이 2∼3배 빠르게 성장을 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거의 1대1이 되거나 그보다 작은 비율을 보이는 등 세계 교역 증가세가 많이 둔화하고 있다”며 “반면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디지털 무역에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통상의 변화가 과거 ‘탈세계화’와 같은 방식이 아닌 자국중심주의와 전략적 협력이라는 또 다른 세계화의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무역협정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신통상 이슈에 대응해 선도적 역할을 하는 한편 전략적 산업정책과 연계한 통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