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한국인 역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을 해내며 대한민국 전체가 기쁨에 들떠 있다. 그런데 사실 노벨상의 공식 역사에서 한강은 두 번째 수상자가 아니다. 이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노벨상이 국적이 아닌 출생지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태생 두 번째 수상자고, 한강이 세 번째다.
노벨상 역사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남긴 첫 번째 인물은 1987년 화학상 수상자인 찰스 피더슨(사진)이다. 1904년 한국에서 근무하던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부산 출생의 과학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듀폰사 잭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1967년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크라운 에테르’라는 초분자 물질을 합성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분자를 인위적으로 합성해 새로운 성질의 물질을 만들어내는 초분자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꽃을 피웠다. 평생 박사학위 없이 산업현장에서 헌신하던 피더슨은 화학의 새 시대를 연 공로로 크라운 에테르 합성 20년 뒤인 1987년 초분자화학을 집대성한 장마리 렌, 도널드 크램 등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