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꿀꺽'해도 경징계...금융권 이대로 괜찮나

금융권, 지난 7년간 1900억원 규모 횡령
관련자들 10명중 8명 경징계...회수율 10%도 안돼

지난 7년간 금융권에서 약 1900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지만, 관련자 10명 중 8명은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회수 금액도 10%를 넘기지 못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총 1931억8010만원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20억8290만원 수준이었던 횡령액은 2021년 156억9460만원, 2022년 827억5620만원, 지난해 644억5410만원대로 규모가 커졌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횡령규모는 140억6590만원에 달한다. 

 

횡령 규모가 커지고 있는 건 사고 관련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횡령과 관련해 지시자·보조자·감독자 등에 위치에 있던 관련자 586명 중 20.7%(121명)만이 면직(6명)·정직(16명)·감봉(99명) 등 중징계를 받았다. 대부분은 경징계 조치로 끝났다. 가장 수위가 낮은 조치인 '주의'가 304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밖에 견책이 159명, 기타가 2명이었다.

횡령 사고를 일으킨 직접 행위자 137명에게 내려진 제재는 면직 130명(94.9%), 정직 5명(3.7%), 감봉 1명(0.7%), 기타 1명(0.7%) 등이었다.

 

횡령을 포함해 유용 배임 등 금융사고가 났을 때 자금 회수가 제대로 안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유용·배임 사고는 190건(2781억4680만원)이었다. 이 중 횡령·유용이 155건(1688억3690만원)이었고, 배임은 35건(1093억99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회수된 금액은 251억8470만원으로, 회수율은 9.1%에 그쳤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타 명의로 송금을 이미 했거나, 현금화 하는 등 금융사고를 낸 이들은 향후 어떻게 조치가 될지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금융사고를 낸 사람들 대부분 10년 이상 같은 부서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2년마다 순환근무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무자와 결재자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촘촘하게 만들고, 직원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