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저림은 중년 주부나 직장인이라면 한번씩 경험하는 증상이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거나 마사지를 해주면 호전되지만, 이런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할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팔다리에 혈액순환이 안된다고 느끼는 증상은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말초신경병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몸의 말단부인 팔, 다리 신경에 손상이 생겨 유발되는 질병이다.
우리 몸의 신경은 크게 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와 뇌, 척수에서 뻗어 나와 얼굴, 팔, 다리에 분포하는 말초신경계로 나뉘며, 말초신경은 운동, 감각, 자율신경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상이 있는 경우 운동기능장애(마비, 근력저하), 감각장애(저림, 통증) 및 자율신경계이상(땀분비 및 배뇨장애)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말초신경병은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압박성 말초신경병과 전신의 여러 말초신경 이상이 함께 발생하는 다발신경병 (여러신경병)으로 나눌 수 있다. 압박성 말초신경병증 중 가장 흔한 손목터널증후군은 국소적으로 정중신경이 손목 인대에 눌려서 발생하는 압박 신경손상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여러신경병은 당뇨, 술 등에 의한 여러신경병이며, 희귀질환으로 감기, 설사 등 감염 후에 발생하는 길랑바레증후군도 다발신경병 중 하나이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외상이나 신경의 압박인 경우도 있지만 당뇨 합병증, 감염질환 및 영양결핍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뇌척수액검사 등 신경의 손상 상태와 다른 질환의 합병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여러 검사가 진행된다. 다만, 세부 원인을 찾기 위한 광범위한 검사에도 25%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없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이혜림 교수는 “원인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항경련제,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통증으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때때로 신경차단술과 같은 시술을 하거나, 손목터널증후군처럼 구조적 이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말초신경병을 예방하기 위해 “흔한 원인 질환인 당뇨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술을 멀리하며,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는 꽉 끼는 옷과 신발, 신경에 압박을 주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말초신경병증은 초기에 발견하면 좋은 예후가 있기에 증상이 생길 시 병원에 조기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