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 통신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인터넷이 안 되고 있었지만, 친구와 서울숲에서 만나기로 해서 지하철을 타고 뚝섬역에 내렸다. 서울숲 가는 길을 몰라서 길거리에서 한 사람에게 다가가 “저기요, 혹시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하며 길을 물어보았다. 나는 원래 길치라서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나의 이런 접근에 당황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나를 피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늦은 듯, 그 사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네?”라고 대답했다. 나는 “혹시 서울숲 가려면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여전히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다. 그 후에도 길을 물어봐야 할 상황이 종종 있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점차 그 반응에 익숙해졌다.
얼마 전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비록 잠시였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척하고 피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단순히 버스 관련 질문을 했고, 나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조금 뒤, 나는 한국어를 모르는 척하고 피하고 싶어 했던 나 자신을 보고 실망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종교 이야기를 하며 종교시설로 초대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가끔은 한국어도, 심지어 영어도 모르는 척할 때가 있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