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 돈 빌려준 연예인들 증여세 폭탄, 사실일까? [법잇슈]

도박자금인 줄 알았다면 ‘증여’로 볼 수도
속았다면 사기죄… 경찰 “정식 입건 검토”

개그맨 이진호(38)가 불법도박으로 거액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연예인들을 전수조사해 증여세를 부과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를 본 연예인들이 이진호에게 사실상 무상으로 돈을 준 것이라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취지인데, 전문가는 빌려준 돈이 도박자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증여세는 무상으로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 그 재산의 가치에 대해 부과된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증여세는 수증자(증여를 받은 사람)가 내는 것이 원칙이라고 명시한다.

(왼쪽부터)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 개그맨 이진호, 이수근. 빅히트 뮤직·뉴시스·빅플래닛메이드엔터 제공

하지만 해당 민원을 제기한 작성자는 이진호가 반환을 전제로 돈을 빌렸더라도 실질적으로 변제가 어려운 만큼 증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성자는 “대여가 아닌 증여의 형태로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연예인들은 현재 시행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세를 내야 한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세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4조 4항에 따르면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당국이 강제징수를 해도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 증여자도 증여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진호가 빌린 돈이 ‘증여’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이진호가 자금을 불법도박에 사용할 예정인지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통상 도박자금은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로 판단된다. 민법 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빌려주는 돈의 용도가 도박자금임을 알았다면 못 돌려받는 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증여로 볼 수도 있다. 

개그맨 이진호가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 이진호 인스타그램 캡처

또한 도박자금으로 쓰일 것을 알고 빌려줬다면 해당 연예인도 도박방조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형법 32조에 따르면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빌려준 돈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 빌려줬다면 실질적으로 반환 청구권이 없음을 알고서 빌려준 거나 다름없다”며 “대여의 형식이었더라도 실질로 증여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이진호가 지인들을 속이고 빌려줬다면 이진호에게 사기 혐의가 적용된다. 실제로 경찰은 이날 상습도박 혐의와 함께 사기 혐의 수사 의뢰 건을 접수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서 수사2과에 사건이 배당됐다”며 “민원 내용을 들여다본 뒤 정식 입건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 연예인들이 이진호의 불법도박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를 본 동료 연예인들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을 비롯해 이수근, 하성훈 등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빅히트뮤직 관계자는 지민이 “차용증을 쓰고 빌려줬다”고 밝혔다. 앞서 이진호는 2022년 당시 지민에게 “일주일만 쓰겠다”며 1억을 빌렸다. 당시 차용증을 썼지만 이진호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지민은 이진호가 돈을 갚을 의지가 없다고 생각해 “10년 안에 갚으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