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노후 ‘뒷배’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믿었던 대장주 삼성전자에 발등이 찍혔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실적 개선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해 공시 대상인 상장사는 지난 10일 기준 270개사이며, 주식 평가액은 138조2095억원이다. 2분기 말(6월28일) 283개사, 152조520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13개사, 14조3114억원 감소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이 14조원 넘게 줄어든 데는 3분기 들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영향이 크다. 이 기간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68%를 유지했으나 주가가 8만1500원에서 5만8900원으로 27.73% 내리면서 평가액도 줄었다. 주식 평가액은 37조3790억원에서 27조138억원으로 10조3652억원 감소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같은 기간 23만6500원에서 18만6700원으로 21.06% 하락하면서 주식 평가액도 3조6202억원 줄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7.90%에서 7.35%로 0.55%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 주식을 약 27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9월3일부터 26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기존 25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은 2022년 3월25일∼4월28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물가가 급등하던 때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매도세에도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올랐으나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2.46% 하락한 5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부진한 3분기 실적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폭락한 영향이 크다. 3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삼성전자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최근의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